90개국에서 여전히 자행… 완전 근절까지는 험로
아프리카 수단 정부가 여성 할례(여성 성기 절제ㆍFGM)를 공식 금지했다. “수단 여성의 승리(뉴욕타임스ㆍNYT)”라는 반응이 나올 만큼 인권단체와 주요 언론은 수단의 변화를 진일보로 평가하고 있다. 여성 10명 중 9명이 할례를 당하는 악습이 비로소 허물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통이란 미명 아래 세계 곳곳에서 여성 인권을 유린하는 할례가 자행되고 있어 완전 철폐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3일 외신에 따르면 수단 정부는 지난달 22일 여성 할례를 시행한 사람에게 3년의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부과하는 형법 개정을 단행했다. 수단에선 만 5세에서 14세 사이의 소녀에게 할례를 시행하는데, 전체 여성 중 할례를 받은 비율이 87%에 이른다. 수단 외무부는 1일 미 CNN방송에 “명백한 여성 폭력이자 사회적으로 뿌리 깊은 관행을 종식시키기 위한 조치”라며 “여성이 모든 권리를 누리는 사회를 만드는 데도 긍정적 신호가 될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수단이 여성 할례 불법화에 실패한 4년 전과 달리 법 개정에 성공한 배경에는 과도정부의 힘이 있다. 지난해 4월 30년 철권 통치를 휘두른 오마르 알바시르 대통령을 몰아내고 들어선 과도정부에선 여성들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NYT는 “수단은 현재 5개 정부부처를 여성 장관이 이끌면서 여성에 대한 의복과 학업 제한 법령도 폐지했다”고 전했다. 할례 불법화는 수단의 달라진 여권을 대변하는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셀마 이스마일 유니세프 수단 대변인은 “딸의 할례를 거부하고 싶어도 (사회 관습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느낀 어머니들이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여성 할례는 지금도 최소 90개국에서 종교나 문화적 관습을 이유로 강제 시행되고 있다. 피해 여성만 2억명으로 추정되는데, 공공연하게 여성 할례가 이뤄지는 나라(31곳) 대부분이 아프리카(27곳)에 속한다. 출혈이나 감염으로 인한 사망 등 신체적 위해는 물론, 어린 여성의 정신건강을 황폐화시키는 대표적인 성차별 악습으로 비판 받고 있다. 치료 비용 등 경제적 손실도 세계보건기구(WHO) 추산으로 매년 14억달러(약 1조7,100억원)에 달한다.
일부 국가의 경우 관행이 워낙 뿌리 깊다 보니 법ㆍ제도 제정 만으로 여성 할례를 근절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집트도 2008년과 2016년에 각각 할례를 불법화하고 처벌법도 만들었으나 할례 범죄로 기소된 사례는 거의 없다. 이 나라에선 여전히 여성(만 15~49세)의 70%가 할례 피해자다. 유엔 역시 각종 캠페인과 근절 노력에도 올 한해 할례 피해 여성이 41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한다.
유니세프 측은 “(법 시행 후)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산파, 보건 서비스 제공자, 부모와 젊은이들에게 새 법부터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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