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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긴급사태 명분으로 개헌 불씨 되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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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긴급사태 명분으로 개헌 불씨 되살려

입력
2020.05.03 20: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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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의 흔들림 없어” 국회 개헌론 촉구 

 최근 긴급사태 빌미로 동력 확보 나서 

 공명당ㆍ야당ㆍ여론 반응 냉담해 불투명 

 4일 긴급사태 연장ㆍ활동제한 완화 발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전국에 발령된 긴급사태 선언 기간을 약 1개월 정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1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전국에 발령된 긴급사태 선언 기간을 약 1개월 정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관련해 긴급사태 조항 신설을 명분으로 ‘헌법개정’ 불씨 살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국민들은 “개헌 외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견해가 많아 난항이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3일 제73주년 헌법기념일을 맞아 우익단체인 ‘아름다운 일본헌법을 만드는 국민모임’이 주최한 헌법포럼에 보낸 영상메시지를 통해 “쉬운 길은 아니지만 반드시 이룰 것이라는 개헌 결의에 흔들림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긴급사태에 국가와 국민이 어떤 역할을 완수해야 할지 헌법에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는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국회에서의 개헌 논의를 촉구했다. 아울러 “자위대의 존재를 헌법에 명기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긴급사태 조항은 전쟁, 재해 등이 발생할 경우 국가에 보다 강한 권한을 부여하는 규정이다. 2018년 자민당이 마련한 4개 개헌항목에는 국회가 기능하기 어려울 경우 내각이 법률과 같은 효력을 지닌 정령을 제정하고 국회의원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그간 개헌과 관련해 자위대 명기가 주목 받았지만,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여론의 관심이 높아진 긴급사태를 빌미로 개헌 드라이브에 나선 것이다.

아베 총리는 이전부터 2020년 개정 헌법 시행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국민 다수와 야당의 반대,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신중한 태도로 진전되지 못했다. 더욱이 올 1월 정기국회 소집 이후엔 코로나19 대응에 바빠 중ㆍ참의원 헌법심사회는 한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자민당은 최근 아베 총리의 개헌 촉구에 보조를 맞추고 있다. 국회 내 감염 확산 시엔 개회 정족수(의원 3분의 1 출석)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며 ‘국회 기능의 확보’를 주장하며 긴급사태 조항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러나 야마구치 나쓰오(山口那津男) 공명당 대표는 “갑자기 헌법에 연결시키는 것은 비약”이라고 지적했고, 야당에서도 “코로나19 사태를 개헌 논의의 돌파구로 사용하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아베 총리의 목표인 올해 내 개헌은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다. 임기(2021년 9월까지) 내 개헌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정체된 개헌 논의를 타개하기 위해선 중의원 해산 같은 카드가 필요하다. 그러나 코로나19를 수습하지 않은 채 섣불리 꺼낼 경우 국가적 위기를 자신의 정치 이익을 위해 활용했다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다수는 아베 총리 임기 중 개헌에 냉담했다. 3,4월 실시된 교도통신 여론조사 결과, “개헌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61%로, “필요하지 않다”(36%)보다 많았다. 아베 총리 체제에서의 개헌에는 반대(58%)가 찬성(40%)보다 많았고, 국회에서 개헌 논의를 서둘러야 하는지에 대해선 “그럴 필요가 없다”는 응답이 63%로 다수였다. NHK 여론조사 역시 “헌법 이외 문제를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응답이 78%로, “개헌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13%)를 압도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4일 전국에 발령된 긴급사태 선언의 연장기간과 활동재개 범위 등을 발표한다. 전국적으로 이달 31일까지 기간을 연장하되, 특정경계지역은 기존의 활동 제한이 적용되고 그 외 지역은 감염 현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제한을 완화할 방침이다. 2일 현재 일본 국내 누적 확진자는 1만5,589명, 사망자는 530명을 기록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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