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의 함성은 들을 수 없었지만 개막을 앞둔 기대와 열의는 화면상에 가득 찼다. 프로야구 10개구단 감독과 주장들이 사상 첫 화상 연결로 열린 개막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올 시즌 각오를 밝히고 유쾌한 입담 대결을 벌였다.
2일 서울 서초구 더K호텔에 마련한 KBS N 특설 스튜디오에서 진행한 행사가 3일 오후 KBS N스포츠를 통해 공개됐다. 감독과 주장들은 이어폰을 꽂고 12분할된 화면 속에 서로의 모습을 모니터로 확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처음 시도되는 낯선 환경에 어색한 모습도 보였지만 대체로 무난했다는 평이다. 특히 오재원(두산) 김상수(키움) 최정(SK) 김현수(LG) 양의지(NC) 유한준(KT) 양현종(KIA) 박해민(삼성) 이용규(한화) 민병헌(롯데) 등 각 구단 대표로 참석한 주장들은 평소에도 SNS에 익숙한 세대답게 금세 적응하며 유쾌한 입담을 뽐냈다. 두산 출신 4명(오재원 양의지 김현수 민병헌)이 포진한 ‘절친 라인업’ 효과도 눈에 띄었다.
주장 간 ‘1대1 토크’에서 오재원이 먼저 양의지에게 “(양)의지는 국가대표 포수고, 어릴 때부터 모든 투수들과 어린 선수들을 아우르는 리더십을 갖췄다”고 치켜세우더니 “그런데 (양)의지가 NC 게임을 그렇게 좋아한다. 현금 결제도 화끈하게 한다. 아마 NC 그룹에 지분이 있을 것이다"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양의지는 “(오)재원이형은 국민 밉상이지만 나에게는 착한 형이다”라고 응수해 분위기를 달궜다.
양현종과 민병헌의 대화도 재미를 선사했다. 올 시즌 KIA에서 롯데로 이적한 안치홍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는 사회자의 질문에 양현종은 “(안)치홍이가 소심한 성격이다. 잘 다가가줬으면 좋겠다”고 롯데 선수들을 향해 부탁을 건넸다. 그런데 민병헌은 “지금 잘못 들은 거냐”고 되물은 뒤 “전혀 그렇지 않다. 지금 라커룸을 휘젓고 다닌다. 조금 있으면 (부산) 사투리도 쓸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오재원은 올 시즌 목표와 팬들을 위한 공약에 대해서도 “당연히 우승이다. 내가 유럽을 못 가봤는데 우승하면 수고한 내 자신을 위해 유럽으로 놀러 가겠다”고 스스로를 위한 공약을 내걸어 폭소를 유발했다. 김상수는 KIA와 개막전 각오를 묻자 “개막전에서 양현종 선수가 7회까지 잘 던지고 우리가 8∼9회에 역전해 이겼으면 좋겠다”고 말해 양현종을 웃겼다. 막내 주장 박해민은 가장 의젓한 공약을 밝혔다. 그는 “4위로 올라가 라이온즈파크에서 포스트시즌을 치른다면 대구ㆍ경북 지역에서 야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의료진을 초청해 1박 2일간 힐링 캠프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화상 미디어데이는 코로나19 최일선에서 싸우는 의료진의 사기와 자부심을 높이는 국민참여형 캠페인인 ‘덕분에 챌린지’로 막을 올렸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5일 전국 5개 구장에서 무관중으로 막을 올린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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