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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60조 날린 버핏, “나도 항공사 손절매… ‘빚투’는 절대 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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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60조 날린 버핏, “나도 항공사 손절매… ‘빚투’는 절대 금물”

입력
2020.05.03 16:53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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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2019년 5월 연례 주주총회 당시 언론의 질문을 받는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2019년 5월 연례 주주총회 당시 언론의 질문을 받는 모습.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숱한 경제위기 속에서도 놀라운 투자 성과를 유지해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쇼크는 피해 가지 못했다. 보유 주식의 평가가치가 급락하면서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해서웨이는 올 1분기 500억달러(약 60조원) 가까운 손실을 냈다.

버핏은 “코로나19로 인해 기업에 대한 판단이 크게 변했다”며 “장기적인 판단에 따라 항공사 지분을 전부 처분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오히려 위기 속에 보유 현금을 늘리며 “매력적인 매물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향후 3~4년간 예전처럼 여행 안 할 것” 

버크셔해서웨이가 2일(현지시간) 발표한 분기 실적에 따르면, 버크셔는 1분기 총 497억달러(약 60조5,843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총 보유 자산의 평가손실이 545억2,000만달러에 이른 것이 주된 원인이다.

버핏 자신이 더 적절한 평가의 척도라고 주장하는 영업이익은 보험 부문 수익 덕택에 58억7,000만달러 늘었지만, 3월 내내 이어진 급락장 때문에 ‘투자의 귀재’라는 버핏 역시 막대한 자산 손실을 본 셈이다.

특히 버핏은 자신이 지난 3월 중순까지만 해도 “절대 팔지 않겠다”고 했던 항공주까지 결국 손절매했다. 버핏은 이날 진행된 버크셔 주주총회에서 “버크셔가 지분을 10% 안팎으로 보유하고 있던 델타, 유나이티드, 아메리칸, 사우스웨스트 등 4개 미국 항공사 지분을 모두 처분했다”고 직접 밝혔다.

4개사 가운데 보유 지분 10%를 넘긴 델타와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지분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주주변동 보고 의무가 생기기 때문에 이미 일부 지분을 매각했다는 것이 알려진 터였지만, 4개사 지분을 전부 청산했다는 사실은 이날 버핏이 처음으로 직접 공개했다.

버핏은 “(항공주 투자는) 내가 틀렸다”고 인정하면서도 지분 매각은 최근의 일시적인 손실 때문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업계 전체의 전망이 크게 변했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항공사 입장에선 세상이 크게 바뀌었다. 업계가 합리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찾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향후 3~4년 간은 지난해처럼 많은 여행객이 비행기를 타지 않을 것 같다. 비행기가 너무 많다”고 암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코로나로 일부 기업엔 영구적 손실도 발생” 

버핏은 항공업계 외에도 일부 기업의 경우 코로나19로 인해 영구적인 손실을 입었다고 진단하며 버크셔 소유 초콜릿ㆍ사탕 생산 기업 ‘씨즈캔디’를 대표 사례로 제시했다. 버핏은 “부활절 기간은 씨즈캔디의 ‘대목’인데 올해는 부활절 사탕 재고가 많이 남았고 팔지 못할 것”이라며 소매업이 처한 어려움을 설명했다.

씨즈캔디는 1972년 인수한 이래 버핏이 가장 즐겨 언급하는 대표적인 성공 인수 사례다. 버크셔에는 늘 안정적인 현금을 벌어주는 ‘캐시 카우’였지만, 현재는 대규모 이동제한(록다운) 조치로 사실상 영업 중단 상태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2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주 대상 발표문을 읽고 있다. 이날 주주총회는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웹사이트 야후파이낸스를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됐고 온라인 질문을 받았다. 야후파이낸스 로이터 연합뉴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2일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주주 대상 발표문을 읽고 있다. 이날 주주총회는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웹사이트 야후파이낸스를 통해 비대면으로 진행됐고 온라인 질문을 받았다. 야후파이낸스 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 위기에 ‘빚투’는 하지 말라” 

버핏은 ‘남들이 두려워할 때 사고, 탐욕을 부릴 때 팔라’는 투자원칙으로도 유명하다. 하락장에서 가치 높은 기업을 인수하거나 지분을 매입한 후 배당이나 차익을 얻으라는 의미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증시가 하락한 올 1분기에는 주식을 18억달러어치 매입하는 데 그쳤다. 1분기 말 기준 버크셔가 보유한 현금은 외려 전 분기 대비 100억달러가 불어난 1,370억달러(약 167조원)다.

버핏은 “매력적인 매물이 없었다”면서 “급락장 당시 (위기에 빠진) 일부 기업 투자를 검토했지만, Fed(연방준비제도)가 빠르게 개입하면서 기업들이 금방 필요 자금을 채웠다”고 말했다. 그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시장 안정책을 높이 평가한다고도 했다.

코로나19 영향에 대해 버핏은 “지금 투자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미국 경제는 결국 상승한다”면서 미국이 과거 대공황과 금융위기 등을 결국 이겨냈다는 점을 상기했다.

다만 “감염증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미국 경제에 투자하되 개별 기업 투자에는 신중해야 하고, 특히 지금 같은 상황에서 빌린 돈으로 투자하는 것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했다.

특히 일반 투자자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인덱스펀드를 보유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성이 강한 개별 기업 ‘올인’보다는 전체 증시에 고르게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보유하라는 뜻이다. 버핏은 과거에도 스스로는 ETF에 투자하지 않지만 일반 투자자에게는 ETF 장기 투자를 권유해 왔다.

외부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버핏이 드물게 공식석상에서 문답을 하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총회는 늘 인파가 몰리며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아 왔다. 세계적인 음악 축제 우드스톡 페스티벌에 빗대 ‘투자자들의 우드스톡’으로 불린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오프라인 행사가 취소된 대신 웹사이트 야후파이낸스를 통해 생중계됐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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