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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원혜영이 초선 고민정에게… “국회는 당 아닌 의원 300명이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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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는 원혜영이 초선 고민정에게… “국회는 당 아닌 의원 300명이 운영”

입력
2020.05.04 04:30
수정
2020.05.04 09: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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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진과 초선, 21대 국회를 말하다] <하> 원혜영-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소속 원혜영(오른쪽) 의원과 고민정(왼쪽) 서울 광진을 21대 총선 당선자가 21대 국회의 미래를 함께 고민했다. 두 사람은 공히 "협치"를 큰 숙제로 꼽았다. 배우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원혜영(오른쪽) 의원과 고민정(왼쪽) 서울 광진을 21대 총선 당선자가 21대 국회의 미래를 함께 고민했다. 두 사람은 공히 "협치"를 큰 숙제로 꼽았다. 배우한 기자

시작과 끝에는 통하는 바가 있다. 30년 정치인생의 마무리를 앞둔 원혜영(69)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야권 거물을 꺾은 예비 초선 고민정(41) 당선자의 첫 만남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지혜와 관록에 물든 원 의원이나 희망과 결의에 가득 찬 고 당선자 모두 “21대 국회에서 협치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본보는 최근 두 사람을 한 자리에서 만나 21대 국회와 그 안에서 더불어민주당의 역할에 대해 물었다. 원 의원은 “과반 의석의 책임성과 무거움을 깊이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 당선자는 “민주화 과정에서 진일보한 대한민국이 이제 열매와 꽃을 맺어야 할 때라 어깨가 더 무겁다”고 말했다.

 -치열했던 21대 총선이 마무리됐다. 

원혜영 의원(이하 원)= 공식 선거 운동 첫날 첫 지원 유세를 고 당선자가 나섰던 서울 광진을로 갔다. 이번 선거 결과의 향방을 결정하는 격전지였는데 영광스러운 결과를 내서 기쁘고 기대도 된다.

고민정 당선자(이하 고)= 당시 아버지 같기도 한 원 의원님이 따뜻하게 찾아주신 게 정말 큰 힘이었다. 버팀목이었다. 감사 드린다.

 

 -정치를 시작한 초심은. 

원= 제 첫 출마는 30년도 더 전이다. 1987년 6월 시민항쟁 이후 대통령 직선제를 핵심으로 한 합법적 정치공간이 열렸다. 우리 사회의 발전과 민주화를 위해 정치에 참여했다. 불행하게도 당시 양김(김영삼ㆍ김대중 전 대통령) 분열로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돼) 군사정권이 연장됐다. 그걸 비판하며 한겨레민주당이라는 당시 소수파 정당으로 출마했다. 결과는 낙선이었다.

고= (제 당선은) 선배님들 덕이다. 민주당이 대한민국을 진일보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는 긍정적 평가가 저에게 미쳤던 것 같다. 제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으로 일하는 동안 야당의 정권 발목잡기가 심하다고 느꼈다. 좋은 정책들이 국회까지 가도 야당의 저지로 국민들에게 가 닿지 않는 것에 답답함도 많았다. ‘국회가 큰 힘을 발휘해야 하는구나’ 라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다.

원= 그런 시대적 과제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면 할 일이 명확할 것 같다. 촛불혁명의 완수다. 개인적 노력과 능력을 잘 발휘해야 한다. 절대 과반을 넘긴 거대 여당으로서 민주당의 정치력도 잘 발휘된다면 촛불 혁명의 완수라는 시대적 과제가 21대 국회에서 마무리 될 수 있을 것이다.

 -21대 국회 출범을 앞두고 우려하는 대목이 있다면. 

고= 국회가 문제를 풀려면 여야 간의 협치가 중요할 것 같다. 21대 국회에서도 분명 협치가 필요할 것이다. 잘 될지 고민이 많다. 어떤 것을 유념하면 좋을지 듣고 싶다.

원= 20대 국회가 실패한 데는 여러 배경이 있다. 정파적으로 야당은 탄핵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음모론이나 강성 태극기 부대의 주장에 끌려 다녔다. 여당에 반대하는 것을 전부로 여겼다. ‘이런 야당을 우리가 어떻게 지지할 수 있겠느냐’는 국민적 우려와 분노가 이번 선거에 담겼다. 그런 점에서 야당이 진짜 반성을 토대로 새롭게 태어나면 낫지 않을까 싶다.

여당도 다수당으로서 제1야당을 존중하고 협치가 가능한 쪽으로 국회가 운영되도록 배려해야 한다. 양보할 건 양보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협치가 가장 바람직하다는 인식을 얼마나 실질적이고 실천적으로 갖고 있느냐가 21대 국회의 성격과 역할을 결정할 것이다. ‘숫자로 밀어붙이면 되지 무슨 대화와 타협이 필요하느냐’는 자세를 가져선 안 된다. 우리는 힘으로만 하고, 야당은 더 고립돼 죽기살기로 반대만 하면 20대보다 더 실망스러운 국회가 될 지 모른다.

원혜영(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고민정 서울 광진을 21대 총선 당선자가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화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원혜영(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고민정 서울 광진을 21대 총선 당선자가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화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당내 상황도 항상 개별 의원들의 마음과 같지 않을 수 있는데. 

고= 제 정치 영역의 경험은 청와대 생활이 전부다. 격렬하게 토론하고 토의하는 모습을 제일 많이 봤다. 한가지 결정을 위해 각계 전문가와 부처 및 청와대 관계자들이 모여 끊임없이 토론하고 보완한다. 저도 많은 토론 속에 제 소신을 설득시키려는 노력을 했다. 다만 마지막에 결정이 됐을 때는 하나로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원= 중요한 얘기다. 여야 관계도 쉽게 가려고 하면 제대로 된 국회를 구현하지 못한다. 당내 의견 수렴도 지도부에서 쉽게 결정하고 (개별) 의원들이 따라오는 방식으로 하면 처음엔 편할 지 모르지만 부작용이 크다. 활발하고 다양한 토론이 상시적 당내 문화로 자리잡아야 한다. 이를 통해 결정된 당론을 민주적으로 수용 하는 게 중요하다. 한편으로는 국회 운영에서 원내 교섭단체, 즉 당이 과도한 영향력을 미치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은 상임위나 여야 의원간 다양한 토론으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국회를 구성하는 것은 300명의 국회의원이지 정당이 아니다.

 -21대 국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입법 과제는. 

고= 하고 싶은 게 무척 많다. 예술인 복지와 교육 시스템의 문제 등이 주요 관심사다. 물론 당장 시급한 것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난 극복이다. 경제적 여파를 최소화 하는 게 첫 과제가 될 것이다. 재난안전법 등의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

원= 이번 총선 결과도 6ㆍ25 전쟁 이후 최대 국난에 대한 대통령과 정부, 여당이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평가를 해 준 것이다. 현재 파탄 지경으로 급속하게 몰려가는 민생 경제와 수출 문제 등의 하강 추세를 인위적으로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 하강 속도를 최대한 줄이고 회복하려는 노력을 여당이 잘 해야 한다.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지녔을 당이 이런 책임성과 무거움을 깊게 느꼈더라면 좀 더 잘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책임성보단 선명성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당시 몰락의 핵심 요인이었다고 본다.

더불어민주당 원혜영(오른쪽) 의원과 고민정 서울 광진을 21대 총선 당선자가 최근 국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더불어민주당 원혜영(오른쪽) 의원과 고민정 서울 광진을 21대 총선 당선자가 최근 국회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진보ㆍ개혁 진영의 어깨가 무거운데. 

고= 사람마다 특정 사안에 대해 보수적이기도 진보적이기도 하다. 다만 대한민국이 민주화 과정에서 상당히 진일보한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여기 계신 선배님들이 그런 튼튼한 토대를 만들어주셨다. 그 바탕에서 촛불혁명으로 전 세계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코로나19 사태에서는 개방성과 투명성을 평가 받고 있다. 이제 열매와 꽃을 맺을 수 있어야 해 더 어깨가 무겁기도 하다.

원= 우리 정치와 사회 등 모든 부분이 양극화되는 경향은 우려가 된다. 그런데 코로나19 위기에서 국민이 하나로 모이는 환경도 조성되고 있다. 정치가 더욱 국민을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 할 때다. 특히 우리는 집권 여당 절대 다수당이라 남에게 책임을 돌릴 수가 없다. 전적으로 우리 책임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향후 계획이 있다면. 

고= 제가 이제 막 시작했지만, 마무리하는 모습도 참 중요한 것 같다. 정말 오랫동안 정치를 하셨고, 많은 분들이 더 큰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어떻게 딱 끊어낼 수 있었는지.

원= 저는 일할 만큼 일했으니까 물러나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세상의 이치다. 명예롭게 마무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내게 주어진 게 영광되고 고마울 뿐이다.

고= 앞으로도 큰 방향을 잡아주실 역할은 해주시면 좋겠다.

원= 어느 사회나 노장청(노년ㆍ장년ㆍ청년)의 조화가 필요하다. 정치에도 노장청의 지혜와 힘, 열정을 잘 조화하는 어울림의 문화가 자리 잡으면 좋겠다. 그 어려운 과제를 21대 국회가 맡은 게 아닌가 싶다. 방향을 잘 설정해 배의 동력을 만들면 대한민국 정치사에 새로운 기점이 될 것이라 본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한설이 PD ssolly@hankookilbo.com

전효정·김동현 인턴PD

▦원혜영

1951년 경기 부천 출생. 서울대 역사교육학과 졸업. 교양과정부 학생회장 시절 유신 반대 시위 등으로 복역했다. 부친의 자선 공동체 '풀무원농장'을 뿌리로 한 '풀무원'을 창업했다 친구에게 사업을 넘기고 정치에 입문했다. 민선 2, 3대 부천시장을 시작으로 14,17,18,19,2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ㆍ사무총장ㆍ최고위원, 민주당 원내대표, 민주통합당 대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ㆍ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70세를 맞은 올해가 “제2의 인생을 시작하기 좋은 시기”라며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민정 서울 광진을 21대 총선 당선자와의 만남에서 얘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원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고민정 서울 광진을 21대 총선 당선자와의 만남에서 얘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고민정

1979년 서울 출생. 경희대 중어중문학과 졸업. 2004년 KBS 30기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해 여러 시사 교양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언론 탄압으로 파업 등이 진행될 때 KBS 새노조 소속으로 활동했다. 2017년 1월 사표를 내고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 캠프에 합류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임명됐고, 지난해 4월 청와대 대변인에 올랐다. 올해 1월 대변인에서 물러난 뒤, 21대 총선에 출마해 미래통합당의 잠룡으로 꼽히는 오세훈 후보를 제치고 서울 광진을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21대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당선자가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같은 당 원혜영 의원과의 만남에서 얘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21대 총선에서 서울 광진을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당선자가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같은 당 원혜영 의원과의 만남에서 얘기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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