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앞장 서 온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의 하원 청문회 출석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다. 1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방송 등 미 언론들은 하원 세출위원회가 오는 6일 열릴 청문회에 파우치 소장을 소환하려 했지만, 백악관이 이를 저지했다고 보도했다.
에번 홀랜더 하원 세출위원회 대변인은 “코로나19 정부 대응 청문회에 파우치 소장을 소환하려 했지만 거절당했다”면서 “파우치 소장의 증언에 제동을 건 것은 백악관”이라고 밝혔다. 이후 백악관은 파우치 소장이 코로나19 사태 대응으로 바쁘기 때문에 추후에 하원에 출석할 것이라면서, 파우치 소장의 하원 출석을 막은 사실을 시인했다.
주드 디어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을 안전하게 다시 개방하고, 백신 개발을 가속화하는 등 정부 차원의 대응을 지속하고 있다”면서 “이런 노력에 관여하는 개인들이 의회 청문회에 출석시키는 것은 비생산적”이라고 밝혔다. 디어 대변인은 이어 “적절한 시기에 증언을 제공하기 위해 의회와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백악관이 12일에 개최가 예정된 상원 보건ㆍ교육ㆍ노동ㆍ연금 위원회 청문회에서는 파우치 소장의 출석을 허가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날짜 차이가 크지도 않은데 야당인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하원 청문회와는 달리, 여당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원 청문회 출석은 허가해 준 이유가 무엇이냐는 의문이 나오는 까닭이다.
이와 관련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정부 코로나19 대응 방식과 이견을 보이고 있는 솔직한 고위 전문가와 (코로나19 대응) 감독권을 두고 다툼을 벌일 준비 중인 의원들의 만남을 차단하려는 것”이라면서 “파우치 소장은 최근 며칠 동안에도 연방정부의 코로나19 사태 대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서 여러 차례 벗어난 바 있다”고 전했다.
파우치 소장은 거침없는 소신 발언 등으로 ‘코로나19 대응의 영웅’으로 불리며 폭넓은 지지를 받아왔다. 지난달 12일 CNN 인터뷰에서 “(코로나 대응을) 보다 일찍 시작했다면 더 많은 생명을 구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초기대응 미흡을 시인한 것이 대표적이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과 종종 충돌과 이견을 보이면서, 일부 강성 트럼프 지지자들은 파우치 소장의 해임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최나실 기자 veri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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