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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가짜 뉴스’ 보란 듯… 함박웃음 지으며 등장한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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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가짜 뉴스’ 보란 듯… 함박웃음 지으며 등장한 김정은

입력
2020.05.02 11:56
수정
2020.05.02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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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 참석… 관영매체서 사진 20여장 공개

사망설에 휩싸였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사망설에 휩싸였던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일간의 잠행을 끝내고 공개활동을 시작하며 그의 신변을 둘러싼 각종 ‘설(說)’은 해프닝으로 끝이 났다. 건강이상설부터 사망설까지 퍼지며 한국은 물론 미국과 일본, 중국 등 국제사회가 떠들썩했으나 김 위원장이 건재를 과시하며 그의 부재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풍문을 빠르게 잦아들 전망이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은 2일 김 위원장이 전날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해 직접 준공 테이프를 절단했다며 관련 사진 20여장을 공개했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은 검은색 인민복 차림과 헤어무스로 머리를 뒤로 고정한 모습으로 준공식에 참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절인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일 보도했다. 사진은 준공 테이프를 끊고 있는 김 위원장으로 왼쪽에 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모습도 보인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노동절인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일 보도했다. 사진은 준공 테이프를 끊고 있는 김 위원장으로 왼쪽에 동생인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모습도 보인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사망설’은 물론 ‘혼자 일어서거나 걷지 못하는 상태는 분명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이날 수많은 인파 앞에 서서 혼자서 준공테이프를 절단했다. 준공식 참석 뒤 공장을 둘러보는 사진에서도 김 위원장은 김재룡 내각 총리 등 수행 간부들과 함께 서서 뒷짐을 지거나 팔짱을 낀 모습 등으로 시종일관 환하게 웃고 있다. 그 동안 국내외에서 쏟아진 각종 이상설에 대해 침묵했던 북한이 이날 준공식 참석 보도와 여러 장의 사진으로 억측을 일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노동절(5·1절)이었던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평양=노동신문 연합뉴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15일 집권 이후 처음으로 태양절(김일성 주석의 생일)에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지 않았다. 이에 일각에서 건강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국내 북한 전문매체인 데일리NK가 20일 북한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김 위원장이 최근 심혈관계 시술을 받았다”고 보도했고, 21일 미국 CNN 방송이 “김 위원장이 수술 후 중태에 빠졌다는 첩보를 미국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후 일부 외신들을 중심으로 심장 수술설, 뇌사설 등이 잇따라 제기됐고, 김 위원장 유고 시 후계 문제에 대한 전망도 나왔다.

각종 설을 바탕으로 한 ‘가짜뉴스(fake news)’도 무한 증식했다. 탈북민 출신의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지성호 당선자는 “김 위원장이 지난 주말 사망한 것으로 99% 확신한다”고 밝혔다. 특히 보수 유튜버들은 중국의 북부군구의 전차부대가 김 위원장 사망으로 단둥에 집결했다거나, 대만의 정보국장 추궈정(邱國正)이 김 위원장의 아픈 상태를 확인하고 비상계획 마련 중이라는 등의 가짜뉴스도 퍼뜨렸다.

한국 정부가 김정은의 건강이상설과 사망설을 일축하며 “특이동향 없다”고 밝혔으나 악성 소문이나 왜곡된 정보가 감염병처럼 퍼지는 ‘인포데믹’ 현상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이날 김 위원장의 현장 행보가 공개된 후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과 관련해 근거 없는 내용으로 사회 여러 분야에서 불필요한 혼란과 비용이 초래됐다”며 “앞으로도 북한 관련 정보에 대해서는 분명한 근거를 토대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지시를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 간부들이 수첩에 받아적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연합뉴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일 순천인비료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의 지시를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등 간부들이 수첩에 받아적고 있다. 평양=노동신문 연합뉴스

전문가들도 북한 최고지도자를 둘러싼 확인되지 않은 가짜뉴스가 반복 생산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가짜뉴스가 안보 불안을 야기하고 불필요한 비용과 노력의 소모를 초래하는 관계를 끊어야 한다”며 “(소식통 역할을 하는) 탈북민들은 물론 한국 정부의 발표를 경시하고 확대 재생산 하는 미국, 일본, 국내 일부 언론인들도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북한 관련 가짜뉴스는) 남북관계와 한반도 문제 관리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국민 개개인의 삶에도 불안감을 키운다”며 “정부ㆍ언론ㆍ학계가 가짜뉴스 대응 및 해소방안에 대해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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