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요청으로 논의 후 공시 지원금 상향”
삼성전자의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20’ 시리즈의 판매량이 신통치 않자 소비자들의 구매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공시 지원금이 일제히 상향됐다. 공시 지원금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상 이동통신 3사가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지만, 전체 금액은 이통사의 지원금뿐 아니라 제조사의 판매장려금이 합쳐진 규모다.
이번에 상향된 지원금 중 상당 부분은 제조사인 삼성전자 재원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1억800만화소 등 고성능 카메라를 앞세웠지만 예상 보다 좋지 않은 시장 반응에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위축이 겹친 데다, 이달 중 신제품 출시도 앞두고 있어 삼성전자의 지갑이 열렸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물건이 안 팔리니 삼성이 ‘총알(마케팅비) 쏘기’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온다.
2일 이동통신 업계에 따르면 종전 15만원 안팎이었던 갤럭시S20 시리즈 공시 지원금이 최대 50만원까지 올랐다. 3월 6일 출시된 갤럭시S20 모델별 출고가는 S20이 124만8,500원, S20+ 135만3,000원, S20울트라 159만5,000원이다.
전체적으로 가장 높은 지원금이 책정된 건 LG유플러스로 가입 요금제에 따라 32만6,000원~50만원이다. SK텔레콤은 월 5만원대 요금제 지원금이 28만5,000원으로 같은 요금제 구간 KT(지원금 25만원)보다 살짝 높지만 월 8만원이 넘는 최고가 요금제에선 42만원으로 3사 중 가장 낮다. KT의 최고가 요금제 지원금은 48만원이다.
지원금 상향은 삼성전자가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를 끌어올리기 위해 삼성전자가 이통 3사와 가격지원 방안을 논의하면서 공동 프로모션, 출고가 인하 등이 거론됐으며 우선 지원금 상향이 결정된 걸로 전해졌다.
출시된 지 2개월된 신제품에 마케팅 비용을 푸는 배경은 갤럭시S20 실적 부진에 있다. 최근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발표 후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 전 세계 삼성전자 스마트폰 판매량이 6,400만대”라고 밝혔다. 갤럭시S20 출시 효과가 무색하게도 1년 전 판매량(7,800만대)보다 18%(1,400만대) 줄었다. 국내 갤럭시S20 판매량은 전작의 60~70% 수준에 머문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외부 조사 업체의 통계도 심상치 않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는 올해 1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2억7,480만대라고 발표했는데, 제조사별 조사에서 삼성전자의 감소폭이 19%로 가장 컸다. 애플과 화웨이의 감소폭은 각각 9%, 18%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분기에 그나마 선방한 건 셀인(sell-inㆍ제조사→판매처) 물량이 반영된 효과여서 셀아웃(sell-outㆍ판매처→소비자)까지 이어지지 않으면 2분기 경영실적에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마케팅 비용을 풀어서라도 셀아웃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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