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의 한국, 디지털 경제의 세계표준 만들 준비를”
국내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면서 이 전염병이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을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BC(코로나 이전ㆍBefore Corona)와 AC(코로나 이후ㆍAfter Corona) 시대는 확연히 다를 거라는 얘기가 나온다. 이에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100일 하루 뒤인 지난달 29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일보 본사에서 인문학자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와 자연과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만나 코로나 이후 세상을 전망했다.
전 지구적 감염 사태, 팬데믹이 지금보다 자주 일어날 거라는 데에는 두 석학 모두 동의했다. 20세기에만 해도 20~30년이던 유행병(에피데믹)의 주기가 이번 세기엔 2, 3년으로 짧아졌다. 모든 면에서 세계가 이어진 이상 질병만 고립시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이제 생존의 관건은 지역 유행병이 전세계로 퍼져나가는 ‘에피데믹의 팬데믹화’를 얼마나 차단할 수 있느냐다.
‘거리 두기’는 그래서 계속 화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최 교수는 “화학 백신은 완벽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백신에만 의존하기보다 거리 두기를 지키며 바이러스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공간이 부족한 빈곤층에게 거리 두기가 가능한 공간을 만들어주는 복지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사태는 결국 ‘강력한 국가’를 불러낼 것이다. 다만 이 국가는 “전문가들이 구상하고 국민이 합의한 시나리오를 토대로 통제가 이뤄지는, 강하면서도 좋은 국가가 돼야 한다”는 게 김 교수의 당부다.
한국이 ‘K-방역’이라 불릴 정도의 성과를 낸 만큼 위기는 기회이기도 하다. 최 교수는 “이번 경험을 토대로 사회 시스템을 혁신해 ‘디지털 경제’의 세계 표준을 만들어낼 준비를 해보자”고 제안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임수빈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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