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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네가 여기에 있어…” 통곡의 합동 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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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네가 여기에 있어…” 통곡의 합동 분향소

입력
2020.05.01 19:14
수정
2020.05.01 19:3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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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저히 못 들어가” 입구까지 와서 발걸음 돌린 가족도 

 신원 확인된 희생자 35명 영정 놓여… 시민들 발길도 

1일 오전 경기 이천시 창전동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뉴스1
1일 오전 경기 이천시 창전동 이천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마련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합동분향소에서 유가족들이 슬픔에 잠겨 있다. 뉴스1

“이 불효막심한 놈아, 네가 왜 여기에 있어.”

두 손녀의 손을 꼭 잡고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60대 여성은 아들의 영정 사진을 마주하자 참았던 눈물을 쏟았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야”라며 오열하던 여성은 30분 넘게 영정 앞을 떠나지 못했다. 손녀들도 할머니 뒤에서 말없이 흐르는 눈물을 연신 손으로 닦았다.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가 차려진 이천시 창전동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는 1일 유가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새벽부터 안타까운 소식을 듣고 달려온 유가족들은 영정 앞에서 굵은 눈물을 흘렸다. 한 유가족은 “도저히 못 들어가겠다”며 입구까지 왔다가 발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노동절 연휴를 맞아 조문을 온 몇몇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아직 희생자 신원이 모두 확인되지 않아 공식적으로 유족과 지인의 조문만 허락된 상황이지만, 이천시 관계자들은 “슬픔을 나누고 싶다”는 이들을 굳이 막지 않았다.

오후 들어선 신원이 파악되지 않았던 9명 중 추가로 확인된 희생자들의 영정과 위패가 분향소 제단의 빈 자리를 하나 둘 채워갔다. 오후 5시에는 3명을 제외한 35명의 영정이 놓였다.

타지에서 가족들을 위해 일하다 숨진 카자흐스탄 노동자 두 명의 유가족 15명도 분향소를 찾았다. 희생자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성은 머리에 흰 두건을 쓴 채 연신 눈물을 쏟았다. 함께 온 부인과 딸도 눈가가 촉촉했다. 이 가족은 먼저 한국에서 일을 시작한 남편을 따라 5년 전 들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의 동료직원은 “둘 다 활발하고 적극적이어서 밝은 에너지를 주던 친구들”이라며 “한국말도 곧잘 해 매일 ‘밥 먹었냐’ ‘오늘은 어느 현장으로 가냐’며 인사를 주고 받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국에서 성공해 고향에 돌아가 다른 가족들과 함께 살고 싶어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다른 사망자의 아내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하늘길이 막혀 한국에 오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더 안타깝게 했다. 이천시 관계자는 “남은 신원미상 희생자의 신원이 확인되는 대로 장례 절차에 대해 유가족들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물류창고 공사를 맡았던 시공사와 건축주, 감리사 대표는 이날 오후 2시 40분쯤 화재 현장 인근 체육관에 마련된 유가족 임시 거처를 찾아 사죄를 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의 질문에는 아무런 답변을 못해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한 유가족이 “화재감시자는 있었나”라고 물었지만 모두 입을 다물었다. 기다리다 못한 유가족이 “아무 대답도 없으면 없었다는 뜻이냐”고 재차 물어도 마찬가지였다.

이천=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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