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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수익률에 규모는 뚝뚝뚝… 울상 짓는 ‘어린이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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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수익률에 규모는 뚝뚝뚝… 울상 짓는 ‘어린이펀드’

입력
2020.05.04 10:30
수정
2020.05.04 21: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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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평균 수익률 -10.8%... 운용 규모는 5년 만에 반토막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해마다 어린이날이면 재조명을 받는 것이 대표적인 어린이 전용 금융상품인 ‘어린이 펀드’다. 자녀의 미래 종잣돈 마련과 생생한 경제교육 수단이란 장점을 앞세워 2000년대 중반부터 큰 인기를 끌었지만, 요즘은 수익이나 덩치에서 모두 민망한 수준을 벗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 수익률은 -10%대, 운용 규모는 5년 전보다 절반 이상 쪼그라든 상태다.

◇어린이 울리는 ‘마이너스 수익률’

4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용 중인 설정액 10억원 이상 어린이펀드는 23개다. 이들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4월 28일 기준)은 -10.78%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13.56%)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이다.

범위를 최근 2년과 5년으로 넓혀도 수익률은 각각 -18.88%, -9.21%에 그친다.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을 감안해도 수익률이 극히 부진하다.

최근 1년간을 기준으로 봐도, 설정액 2,338억원으로 규모가 가장 큰 ‘미래에셋우리아이3억만들기펀드’의 수익률은 -3.91%로 그나마 낫지만, 상당수 어린이펀드는 -1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 예ㆍ적금만도 못하다”는 혹평이 나오기도 한다.

◇한때 어린이날 선물로 인기 몰이

어린이펀드는 학자금이나 결혼자금 등 자녀가 성인이 됐을 때 필요한 목돈을 마련하는 재테크 수단으로, 통상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하는 상품이다. 1999년 처음 출시된 이후 종잣돈 마련이란 본연의 목적에 더해, 어린이에게 자연스럽게 금융과 경제 관념을 깨우쳐 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2000년대 중반부터 어린이날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에 국내 주요 금융사들도 적극 홍보에 나서면서, 2009년 말에는 한 때 시장 규모가 2조4,00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공모펀드 시장 위축 등 여파로 덩달아 규모가 줄면서 2016년 이후로는 줄곧 1조원을 밑돌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수익률 부진으로 자금 이탈이 더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28일 기준 어린이펀드 설정액(5,968억원)은 5년 전(1조1,914억원)에 비해 49.9%나 급감했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이 7.2%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역주행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 들어서만 4개월간 165억원이 더 빠져나갔다.

◇“일반 펀드와 혜택 차이 없어”

업계 관계자는 “어린이펀드는 운용 측면에서 일반 펀드와 큰 차이가 없는데다 혜택도 크지 않아 부모들의 관심이 줄고 있다”고 말한다.

실제 어린이펀드를 활용하면 증여세를 줄일 수는 있다. 하지만 공제 혜택이 일반 펀드와 별 차이가 없다. 세법상 만 18세 미만 미성년 자녀 명의 펀드 계좌에 납입한 자금에는 10년간 2,000만원(원금 기준)까지 세금을 내지 않고 증여할 수 있는데, 이는 어린이펀드뿐 아니라 일반 펀드도 받을 수 있는 혜택이다. 오히려 수수료는 더 높은 탓에 실속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통 어린이펀드 수수료는 연 1.5~2% 내외로, 인덱스펀드(0.1~0.2%)의 10배에 달한다.

다만 어린이펀드만의 매력은 분명히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어린이펀드의 경우 운용보고서를 어린이 눈높이에 맞게 정기적으로 보내준다거나 경제캠프에 참여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긍정적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주목도를 높일 유인책을 고민할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 상품인 만큼, 세금이나 이자 등에서 지금보다 나은 혜택을 부여해 금융교육의 매개체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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