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사 대표 “사망자 중 안전관리자는 없었다”
38명이 숨진 경기 이천 물류창고의 신축 공사를 맡았던 시공사와 건축주, 감리사 대표가 유가족들에게 사죄했다. 하지만 “화재감시자를 배치했느냐” “안전관리자 몇 명이 어디를 순찰했느냐”는 유가족들의 질문엔 누구도 답을 내놓지 못했다.
1일 오후 2시 40분쯤 관계업체 대표들이 화재 현장 인근 체육관에 마련된 유가족 임시 거처를 찾았다. 이들은 단상에 올라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입장을 발표했다.
시공사 건우의 이상섭 대표는 “머리 숙여 유명을 달리한 근로자분들과 실의에 빠진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원인이 무엇인가를 떠나 현장 공사를 수행한 시공사 대표인 제게 모든 책임이 있음을 이 자리를 통해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공사를 발주한 한익스프레스의 이재헌 대표도 “유명을 달리한 근로자분들과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시공사, 감리사와 협조해 조속한 시일 내 사태가 마무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공사현장의 관리 감독을 맡은 감리사 전인씨엠의 한상규 대표 역시 “정말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하지만 이들의 입장문엔 유족들이 정말 궁금해 하는 사건 경위에 대한 설명이나 장례ㆍ보상절차에 대한 내용이 빠져 유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한 유족이 “화재감시자는 있었나”라고 물었지만 단상에 오른 대표 모두 입을 다물었다. 기다리다 못한 유족이 “아무 대답도 없으면 없었다는 뜻이냐”고 재차 물어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유가족은 “그럼 안전요원을 배치했느냐, 안전요원 중 사망자는 있나”고 묻자 한상규 대표는 “안전요원을 배치했고 그날 순찰을 돌았다. 안전요원 중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안전관리자가 몇 명이 어디에 배치돼 있었는지에 대해선 “숫자까지는 잘 모르겠다”며 말을 흐렸다.
유가족들의 질문이 끝난 뒤 대표들은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체육관을 빠져나갔다. 이상섭 대표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화재 현장에 위치한 시공사 콘테이너 박스 뒤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고, 나머지 두 대표는 차를 타고 급하게 현장을 떠났다.
이천=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