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내 완성차 업체가 해외로 수출한 물량은 23억9,100만달러 규모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6.3% 줄었다. 자동차부품도 같은 기간 사이 49.6% 급감한 10억2,200만달러에 그쳤다. 주요 시장인 미국, 유럽 등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와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등의 수요는 상승세였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영업점이 잇따라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로 수입된 차량은 전년 동기 대비 12.1% 증가한 9억4,500만달러였고, 차량 부품의 반입은 8.8% 감소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수출은 급감했지만 수입은 꾸준하게 유지된 셈이다. 국내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국내 생산시설이 상대적으로 조업 중단이 적었던 데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판매망을 유지한 우리나라에 물량을 집중적으로 공급한 결과다”라고 말했다.
4월 수출이 코로나19 충격에 맥없이 무너졌다. 무역수지도 99개월만에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코로나19가 중국과 미국, 유럽 등 주요 수요국까지 감염시키면서 가져온 결과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공개한 ‘2020년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3% 감소한 369억2,300만달러에 머물렀다. 이는 2016년 2월(359억3,000만달러) 이후 4년 3개월만에 최소 규모이고 감소폭 또한 역대 3위에 해당된다.
조업일수를 감안한 하루 평균 수출 역시 17.4% 줄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수요 위축과 조업일수 감소, 역기저효과 등이 나타나면서다.
2∼3월에는 주로 대 중국 수출이 부진했다면 지난달엔 미국 유럽연합(EU)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주요 시장 대부분 수출이 감소했다. 특히 EU는 코로나19 감염 정도가 가장 컸던 만큼, 지난달 일평균 수출이 올 들어 가장 낮은 2억달러대까지 떨어졌다.
중국 수출의 경우, 조업 중단으로 지난 2월 일 평균 수출이 10년 만에 처음으로 4억달러에 못 미쳤지만 3월부터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둔화하면서 지난달엔 예년 수준인 4억6,400만달러를 나타냈다.
품목별로는 생산시설과 판매망이 동시에 붕괴된 자동차와 차량부품이 각각 -36.3%, -49.6%로 가파른 낙폭을 보였고 반도체는 14.9%, 스마트폰은 43.6%씩 각각 감소했다. 석유제품은 수출물량이 늘었지만 유가하락으로 수출금액은 56.8% 급감했고, 석유화학도 33.5%의 높은 감소율을 보였다.
반면 진단키트, 의료용방진복, 손소독제 등 한국산 방역제품은 효자로 떠올랐다. 수요가 늘어나면서 바이오·헬스 수출은 29.0% 늘었다. 또 전 세계적으로 재택근무 확산 등에 따라 컴퓨터(PC) 수출도 99.3% 급증했다.
하지만 수입 부문에서의 하락폭은 완만했다. 국내 제조업이 ‘셧다운(일시 가동 중지)’ 없이 정상 가동하면서 중간재와 자본재가 꾸준히 반입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수입에선 15.9% 감소한 378억6,9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전체적인 무역수지는 9억4,600만달러의 적자를 보이면서 99개월 만에 흑자 행진이 중단됐다.
다만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 다른 점은 현재 민간소비와 국내 생산에 기여하는 자본재 및 중간지 수입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내수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는 부분이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방역으로 안전한 생산·공급기지로 주목 받고 있다”라며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진정세가 확산되면 우리나라 수출은 다시 반등하면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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