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연구소 유래설 증거 봤다”
주권면제 박탈 방안도 거론되며
G2 무역전쟁 재점화 우려 낳지만
위협 넘어 현실화 여부는 미지수
“지지층 결집 노린 대선 전략” 분석
美 DNI “사람이 만들거나 유전자 변형으로 이뤄진 것 아냐” 유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 ‘중국 책임론’을 제기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관세 부과라는 구체적인 보복 조치까지 언급하며 공세 수위를 한껏 높였다. 11월 대선을 의식해 지난 1월의 미중 간 1단계 무역합의 파기 가능성을 거론함으로써 한 숨 돌린 ‘무역전쟁’에 다시 불을 지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이 (미국산 제품을) 많이 사는 합의에 서명했지만 지금 바이러스로 벌어지는 상황에선 부차적인 게 됐다”며 “현 사태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실상 현 시점에선 코로나19 사태를 유발한 중국과의 1단계 무역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그는 특히 ‘코로나19가 우한 바이러스연구소에서 나왔다는 확실한 증거를 봤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우한 연구소 유래설’을 거듭 주장했다. 다만 구체적인 근거에 대해선 “말해줄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대(對)중국 보복 조치의 하나로 행정부 일각에서 부채 일부의 무효화를 검토 중이라는 보도에 대해 “그럴 필요가 없다”며 “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같은 일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워싱턴포스트(WP)는 “고위 당국자들이 코로나19 확산 책임을 물어 중국을 징벌하거나 보상을 요구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주권 면제’를 박탈해 중국이 미국 법정에서 피고가 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부실 대응을 이유로 중국 정부에 손해배상을 요구한 미주리주(州) 법무장관의 소송 등에 힘을 싣겠다는 취지다.
물론 이 같은 위협이 정치적 엄포 수준을 넘어 현실화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정부 당국자는 “다양한 옵션이 논의되고 있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책임론에 대해선 답하지 않았다.
‘우한 연구소 유래설’도 여전히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미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은 이날 “바이러스가 사람이 만들거나 유전자 변형으로 이뤄진 게 아니라는 과학적 합의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단정과 달리 생물학 무기 프로그램이 유출됐다는 음모론적 시각을 배격한 것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때리기’가 코로나19 대응 실패 논란을 외부로 돌리고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대선 전략의 일환이란 비판이 나온다. WP는 “정치 참모들은 중국에 대한 ‘징벌 카드’가 도움이 될 거라며 강력한 ‘한 방’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된 경합주 대상 내부 여론조사에선 유권자 51%가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중국 책임론에 공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 참모들은 만류하고 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미중 무역전쟁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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