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제안 ‘원포인트 노사정 협의’
주도권 싸움에 2주 넘게 답보 상태
한국노총은 기존 ‘경사노위’ 고집 신경전 팽팽
제 130주년 노동절인 1일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일제히 노동계를 향해 ‘연대와 협력’을 강조하고 나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경제적 충격이 커지면서 당초 4월 중엔 정 총리를 중심으로 고용대책 마련을 위한 노사정 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양대 노총이 그 형식을 두고 기싸움을 이어가면서 사회적 대화가 기약없이 미뤄지자 정부가 나서서 ‘책임’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노동절 메시지에서 “노동자는 이제 우리 사회의 주류이며, 주류로서 모든 삶을 위한 ‘연대와 협력’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노동자, 기업과 함께 우리 경제가 ‘상생’으로 활력을 찾고, 희망을 만들어갈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 역시 SNS를 통해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노사정이 함께하는 연대와 협력”이라며 “노사정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타협하면 코로나19 위기는 노사정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정 총리의 메시지는 신종 코로나발 고용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빠른 시일 내 재개될 수 있도록 양대노총의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노총은 지난 17일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원포인트 노사정 협의’”를 제안했다. 이를 정부가 수용하면서 정 총리를 중심으로 대화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당초 노사정 협의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던 한국노총이 지난 29일 참여 결정을 유보하면서 대화는 2주 넘게 답보 상태다.
특히 대화가 지연된 것이 양대노총의 주도권 싸움 탓이라는 점도 정부가 적극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이유다. 민주노총이 제안한 ‘원포인트 대화’에 대해 한국노총은 “기존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있고, 이미 여기서 코로나19 대응 노사정 선언 등이 진행된 만큼 기존 틀을 벗어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이 그간 경사노위 참여를 거부해가며 노사정 대화의 판을 깨왔지만 이제 와서 주도권을 잡으려 한다”는 내부 여론도 여전하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에 참여하려면 대의원대회를 거치는 등 결정에 수개월이 걸려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뒤늦게 경사노위 틀에 합류할 경우 주도권은 물론 대내적 명분이 약해진다는 판단이 깔려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우리나라는 아직 노사간 대화의 경험과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국가 위기에는 정부가 나서서 사회적 대화를 주도하는 수밖에 없다”며 “전대미문의 위기가 온 만큼 노동계도 협력적 자세로 대화에 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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