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층입니다. 삼전(삼성전자) 구조대는 언제쯤 올까요?”
주식 투자정보를 주고받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최근 이런 글들이 자주 보인다. 삼성전자 주식을 5만8,000원(58층)에 산 일명 ‘동학 개미’들의 넋두리다. 코스피 상승세에도 삼성전자 주가가 좀처럼 5만원을 뚫고 올라가지 못한 채 이른바 ‘물려 있는’ 상태가 계속되자 삼성전자에 집중 투자했던 개미들의 한숨도 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29일 전날보다 0.2% 떨어진 5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삼성전자가 저점을 찍은 지난달 23일(종가 4만2,500원)과 비교해 17.6% 오른 가격이지만 이 기간 31.4%나 오른 코스피 상승률에는 턱없이 못 미친다.
실제 개미들의 절반 이상은 아직 삼성전자 투자에서 본전을 회복하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삼성전자가 본격 조정기를 겪은 지난 2월 17일(6만1,500원)부터 4월 29일까지 개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7조2,530억원어치 사들였다. 이 중 현재 가격(5만원)보다 비싸게 순매수한 금액이 4조676억원에 이른다. 전체 순매수액의 56%는 아직 투자금 대비 마이너스 상태인 셈이다.
같은 기간 개인이 삼성전자 다음으로 많이 순매수한 현대차와 SK하이닉스의 사정도 비슷하다. 개인은 이 기간 현대차를 1조1,991억원어치, SK하이닉스를 1조1,74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두 종목 역시 현재 종가보다 높은 가격에 순매수한 규모가 현대차는 34%(4,082억원), SK하이닉스는 38%(4,492억원) 수준이다. 다만 현대차는 올해 저점(6만5,900원) 대비 42%, SK하이닉스는 21%(저점 6만9,000원) 올라 삼성전자보다는 다소 사정이 나은 편이다.
삼성전자 주가가 시원하게 오르지 못하는 건 외국인의 매수세가 미지근해서다. 외국인은 이달 20거래일 중 절반 넘게(11거래일) 삼성전자를 순매수했지만 순매수 금액이 32억원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개인 순매수 금액(4,367억원)의 0.7%에 그친다. 삼성전자 주주의 절반 이상(약 55%)이 외국인인 상황에서, 이들의 귀환 없이는 삼성전자의 비상도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증시가 2차 폭락장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삼성전자 주가 반등에 발목을 잡고 있다. 삼성전자는 작년보다 3.4% 증가한 올 1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했지만,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되는 2분기에는 스마트폰과 TV 부문을 중심으로 한 실적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2, 3분기 실적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개인들이 이 시기를 버텨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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