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김모(31)씨는 1일 아침부터 인근에 위치한 한 대형 쇼핑복합시설로 향했다. 그 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쉬는 날에도 집안에만 머무르면서 쌓였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한 외출이라고 했다. 그는 “개장 시간인 10시에 맞춰 도착한 이 쇼핑시설엔 이미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입구에 줄을 서 있었다”며 “아직 코로나19 때문에 조심해야 하는 건 알지만 심각한 단계는 지나간 것 같아서 연휴 첫날인 어제는 강원도에 당일치기로 여행도 다녀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둔화되면서 나들이객도 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꺾인 데다, 화창한 날씨에 징검다리 황금연휴(4월30일~5월5일)까지 겹치면서 야외활동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이런 분위기는 국내 1,800만명의 차량 운행자가 사용 중인 SK텔레콤의 길 안내 응용소프트웨어(앱)인 ‘T맵’ 통계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1일 SK텔레콤에 따르면 주말이었던 지난달 25, 26일 T맵의 길안내 요청 건수는 2,470만건으로 지난해 4월 마지막주 주말과 비슷한 수준까지 회복됐다. 이 기간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은 상위권(1~5위)의 목적지는 모두 ‘스타필드 하남’ ‘여주 신세계아울렛’ 등 대형 쇼핑몰이 차지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감염 우려 탓에 크게 감소했던 실내 쇼핑몰 목적지 설정 건수가 다시 예년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정부의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펼쳐졌던 2, 3월과 확연히 다른 데이터다. 2, 3월 주말 일 평균 T맵 이용 건수는 지난해(평균 400만건)보다 20%나 적었고 목적지도 평상시와 큰 차이를 보였다. 3월 최다 설정 목적지 상위 10곳 중 4곳은 ‘서울아산병원(2위)’ ‘삼성서울병원(3위)’ ‘연세대세브란스병원(8위)’ ‘서울대학교병원(10위)’ 등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 당시 10위권 내 목적지로 설정됐던 병원은 1곳(삼성서울병원·8위)’에 불과했던 시점과는 확실하게 대비되는 결과다.
SK텔레콤에선 3월까지만 해도 적었던 이동 인구가 눈에 띄게 증가세로 돌아섰다고 분석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분위기 속에 이동량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추세라면 이동량은 이번 주말을 포함해 꾸준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연휴 첫날인 30일 약 460만대의 차량이 고속도로를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연휴나 명절과 유사한 수준이다. 한국도로공사는 1일에도 봄맞이 나들이 이동 욕구 증가로 하루 평균 고속도로 교통량은 평소보다 8.1% 늘어난 452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일 예상 교통량은 500만대로 추산된다. 연휴 마지막 날인 5일 어린이날 예상 교통량이 397만대로 그나마 여유로운 편이다.
한국도로공사에선 사실상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2월 17일 이후, 이번 황금연휴를 교통량이 가장 많은 시점으로 점치고 있다. 2월 셋째 주부터 4월 넷째 주까지 고속도로 교통량은 전년 대비 11.3% 감소했고 주말 교통량도 19% 이상 줄었다.
한국도로공사 관계자는 “대중이 함께 이용하는 철도보다 가족단위의 이동을 할 수 있는 개인차량이 코로나19에 안전하다고 판단하면서 연휴 간 고속도로 이용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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