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명의 생명을 앗아간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참사와 관련해 수사당국과 소방당국이 원인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과거 발생한 대형 화재참사 사례를 볼 때, 안전수칙 위반 및 관리감독 부실 등 책임자들의 과실이 밝혀질 경우 이들은 실형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사고와 가장 유사한 것으로 평가받는 2008년 이천시 냉동창고 화재참사는 총 57명(40명 사망ㆍ17명 부상)의 사상자를 냈지만, 냉동창고 방화관리자를 비롯해 건축공사 현장총괄 소장과 건축설계 팀장 등 관련자들이 모두 징역형의 집행유예 혹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냉동창고 방화관리자는 △아직 공사 중이라 입주업체가 입점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구체적인 소방계획을 전혀 수립하지 않았고 △작업인부들에게 소방안전교육이나 대피훈련을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수사결과 확인됐다. 그는 또 작업 편의를 위한다는 이유로 방화셔터를 정지 상태로 조작하고, 스프링클러에 물을 배급하는 주펌프 기능을 수동상태로 조작해 피해를 키운 주된 원인을 제공했다.
그러나 법원이 이 방화관리자에 대해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책임자들에 대한 처벌이 지나치게 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대형 안전사고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엄격해지면서 근래 발생한 사건들에서는 책임자들에게 주로 중형이 선고되는 추세다.
2017년 12월 충북 제천시 스포츠센터 화재참사가 대표적이다. 당시 참사 원인이 건물의 소방시설 관리 소홀 및 무단증축 등으로 밝혀지면서 해당 건물주는 업무상 과실치사, 화재예방ㆍ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7년에 벌금 1,000만원을 선고 받았다.
2018년 1월 발생한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참사에서도 병원 의료법인 효성의료재단 이사장에 대해 징역 8년에 벌금 1,000만원이 선고됐다. 건물 안전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은 물론, 대부분의 환자가 치매 등으로 거동이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그와 관련된 시설과 인력을 적절하게 갖추지 못한 혐의 등을 받았다.
이처럼 화재참사 책임자에 대한 중형이 선고됨에도 비슷한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책임자 엄벌 못지않게 공사관리 전반에 대한 제도 및 인식개선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법은 항상 사각지대가 있기 마련이기에 국민 안전의식을 계속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 교수는 “공사현장에서는 시간이 곧 돈이기 때문에 안전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안전수칙을 지켜야 모두가 위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비용도 절감될 수 있음을 끊임없이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시로 불시점검을 해서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곳은 시공을 중단하게 하는 등 강력한 제재조치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참사가 발생한 뒤 사법으로 처리하기 전에 평상시 행정조치로 사고 발생을 예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부 교수는 “‘삼진아웃’ 제도를 도입해 시공과정에서 세 번 이상 지적을 받으면 사업주의 건설면허를 취소시키는 방안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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