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15% 세액공제… 납부할 소득세 없는 근로자 720만명 기부해도 혜택 없어
사상 첫 전 국민 대상 긴급재난지원금이 다음주부터 순차적으로 지급됨에 따라 전국 모든 가구들은 크게 셋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40만~1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아서 다 쓰거나 일부만 쓰거나, 아예 안 받는 선택지가 있다. 어떤 결정을 하든 경기활성화나 국가 재정부담 감소라는 각각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다만 저소득층은 기부를 해도 15%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지원금을 사용한 후 받는 소득공제도 고소득층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프라인 신청도 5부제 적용
1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전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방안에 따르면 전국 2,171만 가구 가운데 1인 가구에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 80만원, 4인 이상 가구 100만원이 각각 지급된다. 신청은 11일부터 가능하며 오프라인 창구에선 18일부터 공적 마스크 5부제 판매처럼 요일제로 진행된다. 노인ㆍ장애인 등 거동이 어려운 사람은 공무원들이 자택을 방문해 접수한다.
정부는 나랏빚 증가를 줄이기 위해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자발적 기부를 권장하고 있다. 방법은 다양한데, 기부 의사를 직접 밝히거나 3개월간 신청을 안 해도 전액 기부로 간주된다. 지원금을 받은 뒤 전액, 혹은 추가금을 기부할 수도 있다.
전액이 부담스러우면 일부만 기부할 수도 있다. 처음부터 지원금을 일부만 받거나 전액 받은 후 원하는 만큼 돌려주면 된다. 사용 기한인 8월 31일까지 쓰지 않으면 잔액이 환급되지 않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기부한 재난지원금은 고용보험기금 수입으로 분류돼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위기 대응에 사용될 예정이다.
◇세액공제 두고 ‘역차별’ 논란
하지만 기부를 둘러싸고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기부금을 내년 연말정산이나 종합소득세 신고 때 15% 세액공제 해주기로 했다. 전액을 기부하면 1인가구 기준 6만원, 4인가구는 15만원까지 세금을 돌려받게 된다.
문제는 납부할 소득세가 없다면 기부를 해도 돌려받을 세금이 없다는 점이다. 연말정산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는 한도가 매달 낸 소득세(원천세)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8년 연말정산 후 세금이 0인 근로소득자는 총 722만명으로 전체의 38.9%에 달한다. 지난해 기준으로는 연 소득이 △1인가구 1,408만원 △2인가구 1,623만원 △3인가구 2,499만원 △4인가구 3,083만원 이하인 경우에는 기본 공제 항목만 제외해도 내야 할 세금이 없다. 종합소득세를 납부하는 자영업자 중에서도 10명 중 2명은 면세자다.
선의로 기부를 하더라도 상위 60%만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세 부담의 역진성’을 해소하기 위해 재난지원금 기부금에 한해서라도 ‘환급형 세액공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저소득 근로소득자에게 세금을 돌려주는 근로장려금과 유사한 방식이다.
최현수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자발적으로 기부하는 사람들이 모두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면세자들에 대해서도 환급을 해주도록 21대 국회에서 세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소득 높을수록 소득공제 혜택도 커
재난지원금을 소비하는 경우에도 소득이 높을수록 높은 세율이 적용돼 더 많은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측면이 있다. 소비진작을 위해 한시적으로 소비한 돈의 80%만큼 소득공제를 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통과돼 재난지원금도 소득공제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득세율 15%가 적용되는 연 소득 4,000만원(과세표준) 직장인이 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쓰고 80만원의 소득을 공제 받으면, 이중 15%인 12만원을 환급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의 경우 세율 24%가 적용해 19만2,000원을 돌려받는다. 소득이 1억원이라면 세제혜택은 28만원(세율 35%)까지 커진다.
물론 소득공제 한도가 있어 무한정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카드 등을 이용할 때 소득공제는 소득 구간에 따라 △7,000만원 이하 300만원 △7,000만원~1억2,000만원 250만원 △1억2,000만원 초과 200만원 등이다. 소득공제 80% 혜택을 받지 않더라도 연 소득 5,000만원인 직장인이 신용카드로 2,300만원, 체크카드로 500만원을 쓰면 한도를 다 채운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차라리 세액공제나 소득공제 혜택을 주기보다 민간이 중심이 돼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게 더 바람직하지 않았나 싶다”고 지적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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