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 요청 환자와 보호자 숨지고, 소방대원 등 5명 무사 도보 하산
1일 낮 12시6분쯤 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에서 소방헬기 1대가 구조활동을 벌이다 추락, 헬기 밑에 있던 환자와 보호자가 숨졌다.
소방청 등 구조당국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지리산에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다는 산악사고 구조 요청을 받고 오전 11시 28분쯤 경남 합천군에 있는 항공구조단을 출발했다. 이어 낮 12시쯤 사고 지점에 도착해 구조활동에 들어갔다. 사고 당시 헬기에는 기장과 부기장, 정비사, 구조대원, 구급대원 등 5명이 타고 있었다.
도착한 헬기는 지리산 정상 천왕봉 근처 4~5m 상공에 멈춰, 호이스트(비교적 가벼운 물건을 들어 옮기는 기중기의 일종)로 환자이송용 들것을 내려 보내는 방법으로 구조를 시도했다. 당시 현장 풍속은 초속 7m의 남동풍으로, 강풍 상황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는 헬기가 호이스트를 끌어 올리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헬기가 지상으로 서서히 기울며 산에 불시착했다. 이 과정에서 헬기의 회전 날개가 지상에 부딪히면서 파손됐고, 심정지 증세를 보이던 환자와 헬기 아래 있던 보호자가 헬기 동체에 부딪히면서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헬기에 타고 있는 5명은 전원 무사하며, 헬기 추락 당시 주변에 등산객이 있었지만 부상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헬기 탑승자 5명은 도보로 하산했다.
사고 헬기는 미국 스콜스키사 기종(S-76B)으로 지난 1992년 1월 제작됐다. 길이 16m에 탑승 인원 14명, 항속거리 680㎞, 인양능력 1,500㎏의 사고 헬기는 경남소방본부가 작년부터 세진항공에서 임차해 사용해왔다.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해 구조 작업을 진행했고, 기장 등 당시 헬기 탑승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경위와 기체결함이나 정비불량 등 사고 원인 파악을 진행하고 있다.
산청=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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