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이 날짜를 잘 맞춰 오신 덕분에 부처님오신날부터 노동절과 주말을 거쳐 어린이날까지 이어지는 최장 6일간의 황금 연휴가 완성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고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됐다지만 아직은 조심해야 할 시기. 이번 연휴도 온라인 공연과 함께 ‘슬기로운 집콕 생활’을 누려 보면 어떨까. 쾌청한 봄 날씨를 놓쳐도 전혀 아깝지 않을 고품격 공연들이 온라인에서 절찬 스트리밍 중이다.
◇발레ㆍ뮤지컬ㆍ국악ㆍ연극…취향대로 골라 보자
평소에 접하기 쉽지 않은 발레 공연부터 챙겨 보자. 국립발레단이 가정의 달을 맞아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실황 중계를 준비했다. ‘어린이의 발레 입문작’이라는 명성답게 호두까기 인형과 장난감 병정, 사탕 요정 등 화려한 볼거리가 동심을 자극한다. 이번 공연은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의 버전으로, 2000년 초연 이후 20년간 전석 전회 매진을 기록했다. 유튜브에서 3일(일) 오후 2시, 5일(화) 오전 10시, 두 차례 상연된다.
뮤지컬이 보고 싶을 땐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이 제작한 뮤지컬 ‘투란도트’가 있다. 배우 이건명과 해나, 이정화가 출연한 2019년 DIMF 특별 공연 버전이 5일까지 무료 공개된다. 심해 왕국의 공주 투란도트와 망국의 왕자 칼라프의 운명적인 사랑이 웅장한 선율, 화려한 군무로 펼쳐진다. 해외 관객을 위해 영문과 중문 자막도 제공된다.
전통 예술 분야에선 국립국악관현악단과 국립국악원이 나선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은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양방언과 협연한 무대를 오는 8일까지 공개한다. 1부에선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 당한 고려인의 아픔을 다룬 국악교향곡 ‘아리랑 로드-디아스포라’를 선보이고, 2부에선 월드뮤직 음악가들과 무대를 꾸민다.
국립국악원은 전통 예술가 31명(기악 17명, 성악 11명, 무용 3명)의 연주 실황을 매일 오전 11시에 한 편씩 소개한다. 1일 해금 연주자 이강산에 이어서 2일 가야금 연주자 박이슬, 3일 아쟁 연주자 고준형, 4일 25현 가야금 연주자 서정민, 5일 거문고 연주자 권민정, 6일 해금 연주자 김민정이 예정돼 있다.
세종문화회관이 지난달에 선보인 온라인 생중계 공연들도 5월 한 달간 무료로 다시 볼 수 있다. 2인조 록밴드 빌리카터, 그룹 아도이, 4인조 밴드 DTSQ, 크로스오버 그룹 포르테 디 콰트로 등 뮤지션들의 콘서트부터 뮤지컬 ‘은밀하게 위대하게: 더 라스트’와 ‘여명의 눈동자’ 토크콘서트, 연극 ‘흑백다방’과 ‘사라지는 사람들’ 등 다양한 장르가 포함돼 있어 취향대로 골라 볼 수 있다. 어린이 관객을 위한 과학 버라이어티쇼 ‘허풍선이 과학쇼’도 온라인 생중계 당시 반응이 좋았다.
◇컴버배치ㆍ웨버ㆍ사카모토 류이치…전설이 온다
평소엔 엄두도 못 내는 해외 유명 공연들도 온라인에 널려 있다. 부지런히 클릭하는 사람만이 만날 수 있는 행운이다. 특히 이번 연휴엔 놓치면 후회할 명품 공연들이 찾아올 예정이라 가슴을 두근두근 설레게 한다.
명품 연극을 영상으로 옮긴 ‘NT라이브’를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 중인 영국 국립극장(National Theatre)이 마침내 ‘끝판왕’을 내놓았다. 2011년 공연한 연극 ‘프랑켄슈타인’이다. 드라마 ‘셜록’ 시리즈의 셜록,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의 닥터 스트레인지로 유명한 배우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미국 드라마 ‘엘리멘트리’의 조니 리 밀러가 호흡을 맞추고,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대니 보일 감독이 연출했다.
이 공연이 특히 흥미로운 건, 프랑켄슈타인 박사 역과 그가 만든 피조물 역을 두 배우가 번갈아 연기한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이 작품으로 런던올리비에 어워드 최우수연기상과 이브닝스탠다드어워드 남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도 두 버전을 동시에 상연한다. 앞서 1일 공개된 ‘밀러의 프랑켄슈타인ㆍ컴버배치의 피조물’ 버전은 8일 새벽 3시(한국시간)까지, 그 반대 버전은 2일 새벽 3시부터 9일 새벽 3시까지 볼 수 있다. 두 배우의 소름 돋는 연기와 객석을 압도하는 무대 연출이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최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25주년 기념 공연 무료 공개로 전 세계 1,000만 관객에게 감동을 안긴 ‘뮤지컬 거장’ 앤드류 로이드 웨버도 ‘종합 선물 세트’를 들고 찾아온다. 1999년 웨버의 50세 생일을 맞아 영국 런던 로열앨버트홀에서 열린 뮤지컬 갈라 콘서트를 2일 새벽 3시(한국시간)부터 48시간 동안 상영한다. ‘오페라의 유령’을 비롯해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에비타’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 등 인기 뮤지컬의 대표곡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무대다. 웨버의 뮤즈인 세라 브라이트먼은 물론 가수 일레인 페이지, 배우 안토니오 반데라스, 글렌 클로즈 등이 참여했다.
영국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이번 연휴엔 2009년작 ‘로미오와 줄리엣’을 볼 수 있다. 이후 셰익스피어의 마지막 희곡으로 알려진 ‘두 귀족 사촌형제’가 5일 새벽 3시에, ‘맥베스’가 12일 새벽 3시에 차례로 공개될 예정이다.
영화 ‘마지막 황제’로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음악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도 랜선 공연 중이다. 보사노바의 거장인 첼리스트 자크 모렐렌바움과 한국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주디 강이 함께한 ‘사카모토 류이치 트리오’의 2011년 유럽 공연, 싱어송라이터 오누키 타에코와 함께한 2010년 도쿄 콘서트, 피아니스트 글렌 굴드 헌정 공연, 도쿄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의 협연 무대 등이 올라와 있다. 사카모토가 이끄는 밴드로 시티팝의 원조 격인 ‘YMO(Yellow Magic Orchestra)’의 2019년 런던 공연도 1일 공개됐다. 사카모토의 넓고 깊은 음악 세계가 고단한 일상에 위로와 평안을 안긴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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