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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정시냐 학종이냐

입력
2020.05.02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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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정부서울청사 브리핑 룸에서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고영권 기자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정부서울청사 브리핑 룸에서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고영권 기자

작년 말 발표된 대입 제도 공정성 강화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학생부종합전형(학종) 비중이 높은 주요 대학을 대상으로 2023학년도까지 수능 위주의 정시 비중을 최소 40%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권고하기로 하였다. 이는 작년 10월 말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에서의 대통령 발언, 즉 ‘차라리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는 여론을 경청하여 ‘수시와 정시 비중의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하라는 주문에 따른 후속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시 확대 조치에 대해, 교원단체 등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시 확대 반대에 대한 논거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정시, 즉 수능의 경우 일반고 학생이 자사고와 특목고 학생에 비해 대체로 불리하기 때문에 정시 비중을 확대하면 입시 결과의 불평등이 지금보다 심화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정시가 확대되면 수능 대비를 위한 사교육비 부담이 가중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먼저 첫 번째 논거, 즉 학종에 비해 수능이 일반고 학생에게 더 불리하다는 주장은 현실적 근거가 빈약하다. 교육부는 작년 11월, 이른바 ‘SKY’를 비롯하여 서울 소재 주요 대학을 포함한 총 13개 대학의 2016~2019학년도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에 따르면 전체 수능전형 합격자 가운데 일반고 학생의 비중은 69%로서 학종에서의 비중 63.8%에 비해 오히려 더 높았다. 즉, 상기한 주장과 달리 일반고 학생들이 학종보다 수능에서 더 높은 비중으로 합격했다는 것이다. 반면 수능에서 자사고와 특목고 합격자의 비중은 총 26.8%로서 학종에서의 27.9%보다 낮았다.

두 번째 논거, 즉 정시가 확대되면 사교육비 부담이 보다 가중될 것이라는 주장도 사교육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감이 있다. 학종체제에서 사교육비 부담이 과거 수능체제에 비해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학종에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으므로 수험생들은 학종과 수능 준비를 병행하지 않을 수 없고, 따라서 학종체제에서도 수능 대비 사교육의 부담은 여전하다. 게다가 학종에서도 내신이 주요 평가요소일 뿐 아니라 면접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므로 내신에 더해 면접을 대비한 사교육 수요가 되레 늘어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학종체제에서 이른바 입시 코디 또는 컨설턴트로 대표되는 변종 사교육이 성행한다는 점이다. 드라마 SKY캐슬이-다소 과장되지만 적나라하게-보여준 것처럼, 이러한 변종 사교육은 학종의 핵심인 생활기록부에 관련된 거의 모든 것을 관리해주는 대가로 고액과외 등의 수능 대비 사교육과 적어도 비슷하거나 더 과중한 부담을 학부모에게 지운다. 실제로 학종이 도입되어 확대된 지난 십여 년 동안 사교육비는 줄기는커녕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등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07년 19.7만원에서 작년 36.5만원으로 약 85% 증가했으며, 이는 소비자물가를 감안한 실질 기준으로도 대략 58%에 달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현행 학종이 교육의 본령인 기회의 평등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수능에 대비해 학부모가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은 고액과외 정도이며, 결국 공부는 학생 본인이 해야 하고 시험도 본인이 봐야 한다. 반면 현행 학종체제에서 자소서는 물론이고 학생부 비교과 영역의 ‘스펙’은 상당 부분 부모가 직접 또는 변종 사교육을 통해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설사 상기한 반대론자의 주장대로 수능이 결과의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 해도, 이것이 과연 기회의 불평등으로 얼룩진 현행 학종체제를 정당화할 만큼 확실하고 결정적인 결함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요컨대 ‘정시냐 학종이냐’ 문제의 관건은 ‘불확실한 결과의 불평등’과 ‘확실한 기회의 불평등’ 사이의 선택에 달려 있다.

박강우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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