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내야 하는 취ㆍ등록세를 여동생이 대신 낸 점 등을 보아 아파트 명의를 신탁한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법 형사11단독 김태환 판사는 지난해 5월 부동산실명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7)씨에게 벌금 200만원을, A씨의 오빠 B(53)씨에게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1세대 1주택자’ 지위를 유지해 양도세를 내지 않을 목적으로 자기 소유의 아파트를 오빠에게 판 것처럼 매매계약서를 작성하고 명의를 넘겼다. 그러나 법원은 해당 아파트 대출금 이자, 취ㆍ등록세 등을 A씨가 부담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A씨를 이 아파트의 실소유주로 봤다.
남동생과 여동생에게 부동산 명의를 신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양정숙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자의 경우는 어떨까. 양 당선자의 명의신탁 의혹은 더불어시민당 공천 심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양 당선자가 남동생과 공동 소유한 것으로 신고됐던 서울 송파구 건물과 대치동 아파트 등을 양 당선자 혼자 소유했고, 남동생의 명의를 가져다 썼다는 진술이 나오면서다. 양 당선자의 남동생은 총선 전 직접 당 후보 검증팀에 “세금을 탈루하기 위해 공동명의로 (등기)했고, 아파트 매각 대금을 받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부동산 명의를 타인에게 신탁하는 것은 불법이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부동산실명법)에 따르면 명의신탁약정을 맺고 명의수탁자의 명의로 부동산을 등기하는 경우, 명의 신탁자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명의를 수탁하는 사람도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양 당선자가 자신이 단독으로 소유한 부동산을 남동생 공동 명의로 등기했다면, 양 당선자는 명의신탁자, 남동생은 명의수탁자가 되는 셈이다. 양 당선자는 여동생 명의로 용산의 오피스텔을 차명 매입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양 당선자는 “동생이 증여세와 상속세를 낸 부분에 대해 다 소명했다”면서 명의신탁이 아니라는 취지로 의혹을 부인했다.
더불어시민당은 부동산 의혹과 관련해 △재산의 축소신고 등 허위사실 유포에 관한 공직선거법 위반 △정당의 공직자 추천업무 방해 △부동산 실명법 위반 등 3가지 혐의로 양 당선자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더불어시민당은 민주당 진상조사 당시 양 당선인의 남동생이 명의신탁 내용을 진술했지만, 이후 양 당선자가 추가적인 사실관계 확인을 방해했다고 보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도 불구, 양 당선자가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의원직은 유지된다. 더불어시민당 윤리위원회는 양 당선자가 당헌ㆍ당규를 위반하고 당의 품의를 훼손한다며 양 당선자를 제명했다. 그러나 제명으로 당적을 이탈한 비례대표 의원은 의원직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다. 다만 양 당선자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5월 30일 이전에 당선자 자격을 포기하면 더불어시민당 소속 다른 비례대표 후보자가 의원직을 물려받게 된다.
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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