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방재학과 교수 “우레탄 유증기, 대형 화재 원인”

이천 물류창고에서 발생한 화재로 38명이 사망한 가운데 생존자가 다급했던 사고 상황을 전했다.
현장에서 작업을 진행하다 바깥으로 빠져 나온 생존자 A씨는 30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우레탄 가스를 좀 아는데 한 두 번 연기를 먹으면 거기서 그냥 쓰러져버린다”며 “숨을 좀 참고 있는데 불이 좀 약화가 돼서 밖으로 뛰어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A씨는 “우리는 일하는 사람들이니까, (그 공간에) 문이 있다는 걸 아니까 한 사람이 핸드폰 라이트를 켜서 ‘문 찾아! 문 찾아서 뛰어!’ 그러고 나온 것”이라며 다급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식구(동료)들이 다 나온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3명이 안 나왔더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이용재 경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가 이번 화재가 유독 인명피해가 컸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교수는 “우레탄 작업을 하다 보면 유증기가 많이 발생한다”면서 기름 증기인 유증기는 조금의 점화원만 있어도 폭발과 화재를 동반한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인명 피해가 컸던 이유를 총 세 가지로 요약했다. 이 교수는 물류창고 구조상 일반 건물과 달리 벽이나 구획이 나눠져 있지 않아 화재가 발생하면 그 층 전체로 화염과 유독 가스가 번진다는 점, 화재 시 유독성 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샌드위치 판넬과 우레탄폼 등으로 건물이 구성됐다는 점, 공사 중이라 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는 이어 “우레탄이나 스티로폼이 탈 경우 일산화탄소라든지 시안화수소 등이 다른 목재나 종이, 섬유보다 훨씬 더 나오기 때문에 치명적인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화재 시 고온 때문에 사망에 이르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며 “거의 대부분이 유독가스 때문에 사망자가 발생한다”고 전했다.
지난 29일 오후 1시 32분쯤 이천시 모가면의 물류창고 공사 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불은 이날 오후 6시 42분쯤 모두 꺼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주변에서 우레탄 작업과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을 하던 중 불길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건물에서는 70여명이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민정 기자 mjm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