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바깥으로” 유세 재개 시사
“中, 내 패배 위해 뭐든 할 것” 주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백악관에서 열린 산업계 경영자들과의 라운드 테이블에서 경제활동 재개 방안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선 가도에 비상이 걸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걸음이 급해지고 있다. 경제 재개에 박차를 가하면서 대외 활동에도 시동을 거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중국에 대한 공세의 수위를 높이는 등 흐트러진 지지층 결집에 본격 나선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업계 경영자들과의 라운드테이블에서 “다음 주에 애리조나에 갈 것”이라며 대외 활동 재개 방침을 공식화했다. 그는 “조만간 대규모 집회를 열고 사람들이 서로 옆에 앉기를 바란다”면서 대선 유세를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28일 해군 병원선의 뉴욕 출항식 참석 이후 한 달 넘게 워싱턴을 벗어나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 활동 재개는 일부 주(州)정부에서 시작된 경제 재개를 가속화하겠다는 행보로 풀이된다. 조지아ㆍ오클라호마 등이 일부 영업 재개를 허용했으며 플로리다ㆍ아칸소 등도 이달부터 식당 등의 문을 열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한 차례 연장됐던 연방정부 차원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4월 말로 종료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거리두기 지침은 3단계 경제 재개 방안에 편입된다”고 설명했다. 각 주정부가 발병 추이에 따라 자체적으로 적용하라는 의미다.
이날까지 미국 내 확진자와 사망자는 각각 103만명, 6만명을 넘었다. 보건당국은 공개적으로 재확산 우려를 경고한 상태다. 상무부는 전날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금융위기(2008년 4분기) 이후 최대 낙폭인 -4.8%였다고 공표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 의장은 이날 “미국 경제가 2분기에 전례 없는 속도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런 사실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대한 절박감 때문에 경제 재개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실제 백악관 참모들은 지난주 핵심 경합 주에서 열세인 내부 여론조사 결과를 보고하면서 코로나19 대응 브리핑 횟수를 줄이거나 질문을 받지 말라고 설득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믿지 않는다”며 분개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중국은 나의 대선 패배를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며 분노의 화살을 중국으로 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시점에 ‘반(反)이민’과 함께 지지층 견인의 수단으로 활용해온 ‘반중국’ 메시지를 발산한 건 필요에 따라 강경한 대외정책을 구사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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