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 편리·땅값 저렴, 새벽 배송 늘며 ‘배송 허브’로
지난 29일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물류창고 화재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는 최근 ‘배송의 허브’로 떠오른 지역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온라인 쇼핑 성장에 따라 늘어난 배송 물량이 집결되는 곳이다.
30일 국토교통부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에 따르면 최근 물류창고업으로 등록한 업체는 2010년대 초에 비해 3~4배 늘었다. 2010년과 2011년만 해도 각각 59개, 52개에 머물렀던 연간 등록 업체 수는 2012년 177개로 늘어난 데 이어 2017년엔 362개까지 급증했다. 올해도 벌써 70개가 물류창고업체로 등록했다.
관련 업계에선 이런 추세가 최근 급성장해온 인터넷 쇼핑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25조2,000억원에 그쳤던 국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지난해 134조6,000억원으로 5배 이상 늘었다. 결과적으로 온라인 쇼핑 시장 확대와 함께 배송 분야도 동반 성장하면서 이천을 포함해 지리적으로 인접한 수도권 내 대규모 물류창고 단지 또한 필요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이천의 경우 배송 수요가 많은 서울과 가까운 데다 교통 편의성도 높고, 비교적 저렴한 땅값으로 물류업자들에겐 매력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이천은 인근에 유통·물류 분야 업체들이 다수 분포해 납품 거리가 짧고, 주변에 주거 단지까지 형성되면서 관련 업계에선 장점 많은 입지로 급부상했다. 납품 거리가 길거나 안정적인 노동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파생될 수 있는 손실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어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천은 수도권은 물론 중부권과 강원권 물량까지 다룰 수 있는 물류의 중심 입지다”고 전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경기 용인지역을 위주로 형성됐던 물류창고는 최근 이천과 여주, 평택, 천안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물류창고의 성장세는 새벽배송과 가정간편식, 신선식품 배송 시장 등의 확대에 따라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국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4,000억원대로, 지난 2015년에 기록했던 100억원 수준에 비해 40배나 커졌다. 지난해 새벽배송 시장 규모는 8,000억원대로 추정된다. 부동산 서비스기업인 CBRE코리아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한국 저온 물류센터 현황’ 보고서에선 이런 트렌드가 저온(냉장·냉동) 물류창고 수요를 급격히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저온 물류창고의 경우엔 상온 시설보다 계약기간이 길고 임대료도 2배 이상 높기 때문에 임대업체에겐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 하지만 온도와 습도 유지를 위해 다양한 구조 변경과 기계 설비가 필요하고, 안정적인 전기 공급도 필수다. 시설이 복잡한 만큼 유지·보수에도 더 많은 안전관리가 요구된다는 얘기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류창고 설비를 전문화하고, 가연성 상품이나 누전에 주의하는 등 기본적인 안전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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