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29조원 긴급 지원”

중남미 지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0만명을 넘어섰다. 사망자도 1만명 이상이다. 중국에서 발원한 코로나19가 집중적으로 퍼졌던 유럽과 미국의 확산세가 다소 꺾인 반면 상대적으로 늦게 발병한 중남미가 새로운 위기의 진원지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29일(현지시간) 미 존스홉킨스대가 집계한 각국의 코로나19 현황을 종합하면 중남미 30여개국(유럽ㆍ미국령 제외)의 코로나19 확진자는 20만명대를 기록했다. 누적 감염자가 8만명에 육박한 브라질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 페루의 확진자는 3만4,000명에 근접했다. 에콰도르는 2만5,000명, 멕시코는 1만8,000명을 향해 가고 있다. 사망자는 지난달 7일 아르헨티나에서 중남미 첫 사례가 나온 지 50여일 만에 1만명을 넘어섰다. 브라질에서만 5,500여명이 숨졌고, 멕시코와 페루에서도 각각 1,700명과 900명을 넘었다.
중남미는 미국과 유럽에 비해 보건ㆍ의료 시스템과 사회안전망이 열악해 향후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게다가 상당수 국가가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고 일부는 천연자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경제적 타격에도 훨씬 더 많이 노출돼 있다.
이에 따라 경제적 지원 방안을 두고 각국의 고민이 깊다. 파울루 게지스 브라질 경제장관은 “지방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1,300억헤알(약 28조8,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공무원 월급 18개월 동결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보유 외환 사용을 고려하고 있음도 내비쳤다. 콜롬비아ㆍ베네수엘라 등은 벼랑 끝에 내몰린 비공식 노동자들에게 1인당 40~50달러(약 5만~6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지만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전반적인 정정 불안이 코로나19 위기를 가중시킨다는 우려도 많다. 브라질은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 부실 대응 논란에 이어 두 아들이 연루된 ‘가짜 뉴스’ 사건 수사 개입 의혹으로 탄핵 압박에 직면했다. 겨우 진정된 칠레의 반정부 시위는 내달로 예정된 개헌 국민투표가 연기될 경우 언제든 재점화할 태세다.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간 권력다툼이 심각한 베네수엘라에선 최근에도 반정부 시위가 잇따르고 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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