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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해외교민 구하고 곧 임기 마치는 초대 재외동포영사실장 이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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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해외교민 구하고 곧 임기 마치는 초대 재외동포영사실장 이상진

입력
2020.05.01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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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민들 질서정연한 모습 감동적” 

이상진 외교부 재외동포영사실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집무실에서 한국일보 기자와 만나 재임 중 겪었던 사건과 해결과정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이상진 외교부 재외동포영사실장이 29일 서울 종로구 집무실에서 한국일보 기자와 만나 재임 중 겪었던 사건과 해결과정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준희 인턴기자

총 91개국, 2만1,981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정부 지원으로 귀국한 한국인 숫자다. ‘건국 이래 가장 많은 송환 작전’이라 불릴 만 하다.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가 유래 없는 감염병 위기를 겪으며 외교부 재외동포영사실은 24시간 비상 체제를 가동 중이다.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만난 이상진 재외동포영사실장은 “해외에 고립된 국민들의 귀국 지원을 위해 정부 예산 투입이라는 종전의 범위를 넘어 다양한 귀국 지원 방법을 활용하는 등 재외국민보호 방식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가 재외국민보호를 국정과제로 채택하면서 외교부는 기존의 재외동포영사국을 ‘실’로 승격시켰다. 2018년 부임한 이상진 실장은 역할과 기능이 확대된 재외동포영사실 초대 실장이다. 모두가 처음 겪어보는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강화된 영사조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국인을 부러워하는 해외의 시선을 담은 후기도 외교부 홈페이지에 계속 올라오고 있다.

실장 업무 중 맞닥뜨린 코로나19 사태는 난제 중 난제였다. 과거에도 정부 전세기를 통해 교민 귀국을 지원한 적은 있었지만 감염병 상황 속 전세기 투입은 지난 1월 중국 우한이 처음이었다. 1월 31일 신속대응팀장으로 직접 우한행 전세기에 올랐던 이 실장은 “공항에 도착해 보니 교민 300명이 흐트러짐 없이 줄을 서 있던 모습이 굉장히 감동적이었다. 서울에서 여러분을 모시러 왔다고 하니 박수를 보내주던 장면이 인상에 남는다”고 했다.

이상진 외교부 재외동포영사실장은 “귀국지원 태스크포스 회의와 해외공관과의 소통, 국내 부처간 소통이 창의적인 귀국지원방법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준희 인턴기자
이상진 외교부 재외동포영사실장은 “귀국지원 태스크포스 회의와 해외공관과의 소통, 국내 부처간 소통이 창의적인 귀국지원방법을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정준희 인턴기자

코로나19 초반 한국에서 확진자가 급증하자 세계 각국은 한국발 입국자 제한 조치를 내놨다. 재외동포영사실은 각 재외공관으로부터 취합한 조치를 하루에 6번씩 업데이트 해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팬데믹 선언 이후에는 항공편 단절로 해외에 고립되는 국민들이 속출했다. 정부는 비정기 민간항공, 타국 임차전세기, 방역협력 항공편, 심지어는 쇄빙선 ‘아라온호’까지 활용해 국민들의 귀국을 도왔다. 이 실장은 “앞으로도 항공편이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5~8월에는 바다에 떠 있는 원양어선의 하선 일정에 따라 이 분들의 귀국을 어떻게 지원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사건ㆍ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이 실장은 지난해 5월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강에서 발생한 유람선 침몰 사고 당시 현장에서 17일간 머무르며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는 “아직 실종자 한 분이 남아 있고, 유가족들의 (사고를 낸 선박과) 소송 등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했다. 납치됐던 한국인이 지난해 5월 315일 만에 풀려난 리비아 피랍사건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을 쓸어내린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확대된 영사조력을 이후에도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도 나온다. 재외공관의 교민 간식 준비나 공항까지 직접 데려다 주는 지원이 ‘과잉 조력’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이 실장은 “코로나19 당시 긴급구난 상황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다”며 “평상시에도 영사조력은 ‘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해야 한다’는 당위에 맞춰서 쫓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정고시(34회) 출신인 이 실장은 행정안전부와 국무총리실에서 주로 근무했다. 부처 간 업무 조정 경험이 실장 업무에 도움이 됐다고 했다. 곧 실장 업무를 마치는 그는 “세계화된 사회에서 어떤 일이 성사될 때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외교당국의 손길이 안 미치는 곳이 없다”며 “24시간 해외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해외안전지킴센터, 영사콜센터 등 일선 현장에서 고생하는 모든 영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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