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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전’ 아무리 강조해도 반복되는 대형 人災, 참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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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안전’ 아무리 강조해도 반복되는 대형 人災, 참담하다

입력
2020.05.01 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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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의 물류창고 공사장에서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 국과수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이천=연합뉴스
대형 화재 참사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의 물류창고 공사장에서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 국과수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이천=연합뉴스

경기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건설 현장에서 4월 29일 발생한 화재로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희생자 중에는 20, 30대 사회 초년생들이 많았고 코리안드림을 꿈꾸며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도 있었다. 함께 일하던 부자(父子)가 숨지거나 다친 비극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사고 원인은 수사 중이지만 소방당국은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주변에서 우레탄폼 작업을 하던 중 발생한 유증기가 원인 모를 불씨로 폭발, 불이 나면서 지상 4층까지 번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불은 가연성이 높은 샌드위치 패널을 타고 삽시간에 확대됐고 우레탄폼이 타면서 내뿜은 유독가스에 많은 이들이 대피도 못하고 질식해 숨졌다. 현행법상 통풍이나 환기가 잘 안되고 가연물이 있는 건물 내부에서는 용접 방화포 등으로 불티가 번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연쇄 폭발이 난 점으로 볼 때 이 조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다.

이번 참사는 2008년 1월 발생해 40명이 사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와 똑 닮은 인재(人災)다. 당시 사고도 불길과 유독가스가 건물 내부로 번지는 바람에 작업자들이 손쓸 틈도 없이 희생됐는데, 그때도 샌드위치 패널이 ‘불쏘시개’가 돼 화재를 키웠다. 샌드위치 패널은 단열성이 뛰어나 냉동창고 건축에 많이 사용된다. 하지만 내장재로 값비싼 불연재 대신 가연성이 높고 값이 싼 우레탄과 스티로폼을 주로 사용해 불이 붙으면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안전보다 비용 절감을 택할 경우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는지 이번 참사는 새삼 확인시켜 준다.

완공을 2개월여 앞두고 있던 이 냉동창고의 시공업체에 대해 이미 산업안전공단이 용접작업 등 불꽃 비산에 의한 화재 발생 가능성에 대해 3차례나 ‘주의’를 줬다니, 업체 측이 제대로 안전 조치를 취했는지 철저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정부는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와 2018년 밀양 세종병원 화재 이후 다중이용시설 소방점검 전수조사를 하는 등 화재예방을 강조해왔으나 이번 참사로 허사가 됐다. 우리 사회의 고질인 안전불감증의 민낯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 만큼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형식적 대책은 이번으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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