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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과 동시에 대피할 새도 없어… 반복되는 ‘우레탄폼 화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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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과 동시에 대피할 새도 없어… 반복되는 ‘우레탄폼 화재’

입력
2020.04.30 18:00
수정
2020.05.01 00: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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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물류창고 화재, 환기 없이 우레탄폼·엘리베이터 설치 동시 진행하다 폭발 무게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30일 오전 경찰과 소방당국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온·보냉 효과를 위해 건물 벽에 바르는 단열재인 우레탄폼, 그리고 여러 공정이 얽히고 설켜 이뤄지는 공사작업장의 관행을 전문가들은 대형 화재 참사의 결정적 배경으로 지목했다.

29일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는 2008년 물류창고 화재 당시처럼 냉동 창고 내부에 우레탄폼을 바르던 중 발생했다.

정기신 세명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30일 본보 통화에서 “시너 등 화학물질을 사용해 우레탄폼을 만드는 과정에 유증기가 발생하는데, 환기를 시킨 뒤 유증기가 내부에 남아있지 않은지 감리나 발주업체에서 검사한 뒤에 다른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며 “그 과정이 부실하면 용접ㆍ용단 등 다른 마감 작업을 할 때 폭발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는 지하 2층에서 우레탄폼 발포ㆍ도포와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는 과정에 유증기가 폭발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산업안전관리보건공단 측은 “글라스울(유리 원료를 고온에서 녹여 섬유처럼 만들어 성형한 단열재) 패널 안쪽에 우레탄폼을 도포 중이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시 현장에는 전기, 도장, 설비 등 분야별 9개 업체 78명이 근무 중이었다.

정 교수는 “불이 난 창고는 신축 중이라 소방안전관리자가 배치되지 않았을 것이고 소방시설도 임시로 설치돼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우레탄폼은 단열 성능이 탁월하고 가공성 시공성 접착성이 우수해 창고 단열재, 완충재 등으로 광범위하게 쓰인다. 그러나 불에 잘 타고 불이 붙으면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를 내뿜는다. 화학반응을 일으킬 경우엔 유증기도 발생한다. 이 유증기가 용접ㆍ용단이나 전기 작업 중에 발생하는 불티와 만나면 폭발한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화재 원인을 규명 중이다.

이번 화재는 3년전 영국 런던에서 발생한 그렌펠타워 화재 참사와도 유사하다. 폭발과 함께 대피할 틈도 없이 작업자들이 대거 숨졌다는 점에서다. 2017년 6월14일 새벽 1시쯤 런던 서부 북켄싱턴 구역에 있는 24층 임대아파트 그렌펠타워에 불길이 치솟았고 79명의 생명을 앗아갔다.

당시 원인은 건물 외벽에 설치된 샌드위치패널이 지목됐다. 우레탄폼 등으로 된 샌드위치 패널은 글라스울 패널 등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다. 독일의 경우 1980년대부터 22m이상의 건물은 샌드위치 패널 설치 금지 대상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창고 외장재에 쓰이는 단열재는 콘크리트를 비롯해 스티로폼, 우레탄폼, 글라스울 등이 있지만 냉동창고 내부 단열재는 우레탄폼을 대체할 게 사실상 없다”며 “외장재 단열재 중에 글라스울도 불연재, 난연재로 알려져 있지만 큰 불이 나면 샌드위치 패널과 크게 다를 게 없이 타 버린다”고 말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옥내 소화전, 유도등 등 임시소방시설을 설치하더라도 최소한의 조치로, 화재가 커지면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천=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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