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를 포함해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지난 2월 차량 내 배선뭉치 부품인 와이어링 하네스 재고부족으로 국내 생산시설 문을 닫아야 했다. 원가절감 차원에서 80%이상을 중국에서 수급해왔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현지 공급선이 차단됐기 때문이다. 단순 부품 1개로 가동 중단 사태를 겪게 되자, 국내와 동남아에서 생산을 늘려봤지만 중국 생산량의 30%도 채우지 못했다. 이는 결국 1조원 이상의 손실을 가져왔다. 완성차 업체들은 코로나19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아, 대체 부품 조달처를 동남아 등으로 다변화하고 국내에서도 인건비를 절감해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 제조 방식을 도입한다는 내부 방침을 수립했다.
산업연구원은 30일 발간한 ‘코로나 19가 글로벌 공급망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가 전략산업 공급 자립화와 생산시설 자동화를 촉진시킨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글로벌 가치사슬 결정에서 비용, 시장 위험 등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지만, 이제는 생물학적 위험요인이 부각돼 글로벌 공급망과 생산거점이 급속히 재편될 것이란 분석에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에는 원자재 생산이 그 동안 집중됐던 중국에서 벗어나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신남방 지역이 새로운 공급원으로 부상한다. 무엇보다 글로벌 가치사슬 확장이 위험하단 인식이 확인된 만큼, 전략·핵심산업의 공급망을 자립화하는 시도와 함께 국내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움직임도 병행된다.
업종별로는 자동차와 가전 산업은 스마트 제조에 주력하고, △조선은 유럽 기자재 국내 유치 △정유 산업은 탄력적 원유 조달 △디스플레이 산업은 모듈 공정 중국 비중 감소, 베트남 확대 가속화 △통신기기 산업은 중국 제조업자 개발생산(ODM) 축소분의 국내·베트남 대체 생산 등을 각각 추진한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는 새로운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주요국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한편 무역·통상 문제를 적극 지원하는 동시에 바이오헬스, 스마트 가전 등 유망산업을 활용해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기회에 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가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기간산업 전반적으로 수요가 5%포인트 이상 감소하고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및 디스플레이 산업은 가격 하락까지 겹쳐 수출액이 큰 폭으로 감소한다고 내다봤다. 이어 세제 혜택 및 유동성 확대로 기업들의 흑자도산을 막고 글로벌 수요 위축을 만회할 내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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