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월 ‘우레탄폼ㆍ용접 작업에서의 화재 폭발 위험’ 주의
사고 한달 전에도 ‘불씨 날림으로 화재 위험’ 경고
개선 요구는 형식적 권고에 그쳐 업체 작업 계속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신축공사 업체에 대해 정부가 불과 한달 전까지 수차례에 걸쳐 화재위험을 경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에 따른 개선 요구가 ‘권고’ 수준에 그치면서 업체는 공사를 계속해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30일 고용노동부와 이천시 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고용부 산하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이천 물류창고 공사 업체가 제출한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확인한 결과 위험성이 있다고 판단해 서류심사 2차례, 현장실사 4차례에 걸쳐 문제점을 지적했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는 공사나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위험물질이나 유해요인을 확인해 작성하는 문서로, 지난 2008년 40명이 사망한 이천 냉동창고 화재 이후 도입된 후속 대책이다.
공단은 특히 화재 위험에 대해서는 3차례에 걸쳐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4월 공사가 시작된 직후 제출된 유해위험방지계획에 대해서는 ‘우레탄폼ㆍ용접 작업에서의 화재 폭발 위험에 대해 주의’하라고 지적했다. 가연성 물질인 우레탄폼은 이번 화재 원인으로 지목되는 물질이다. 지난해 5월에는‘용접작업 등 불꽃비산에 의한 화재발생’에 대해 주의를 당부했고, 화재발생 불과 한달 전 심사에서는‘불티비산(불씨 날림) 등으로 인한 화재위험’에 대해 경고했다.
이처럼 화재 위험에 대한 경고가 계속됐지만 공단은 매번 업체의 위험방지계획에 대해 ‘조건부 적정’ 판정을 내렸다. 만약 심사 결과에서 ‘부적정’을 받을 경우 지방고용노동관서장이 공사착공중지명령 또는 계획변경명령 등 적극적인 개선 조치를 강제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업체처럼 ‘조건부 적정’ 판정을 받을 경우 그 내용과 보완사항이 지방고용노동관서에 통지될 뿐 개선명령 등 별도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 공사 진행 중 6개월 이내마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와 실제 공사가 일치하는지, 유해위험방지계획서를 변경했는지 등을 정기점검 하는 것이 사후 확인의 전부다. 형식적인 절차가 대규모 피해를 낳은 인재(人災)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공단의 판정과 사후조치가 적정했는지 확인 중” 이라며 “현장에서 사고원인을 조사한 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에 대해 엄중조치하고 사상자 및 가족 지원 방안을 빠른 시일 내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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