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막이 미뤄진 프로야구 KBO리그와 프로축구 K리그가 오는 5일과 8일 ‘무관중 경기’로 개막하는 가운데, 각 구단들이 썰렁한 관중석을 팬들의 열기로 채울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응원 메시지를 전광판과 앰프로 전달하는가 하면 입간판이나 현수막을 활용한 참신한 아이디어도 눈에 띈다.
프로축구 K리그2(2부 리그) 대전하나시티즌은 지난달 29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3리그 청주FC와 무관중 연습경기에서 ‘앰프 응원’을 선보였다. 장내 아나운서는 여느 홈경기 때와 다름없이 선수 소개는 물론 응원 분위기를 유도했고, 경기장엔 거짓말처럼 팬들의 응원 함성이 퍼졌다.
이는 구단이 팬들의 응원 모습을 담은 과거 동영상 등에서 음성만 추출해 송출한 것으로, 선수들이 ‘시각적 응원’ 효과는 없더라도 ‘청각적 응원’ 효과는 누릴 수 있도록 구현한 것이다. K리그 규정상 경기 중 앰프 사용은 금지돼있지만, 무관중 경기에선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심판 재량에 따라 음량을 조정할 수 있다.
구단 관계자는 “연습경기를 통해 할 수 있는 건 다 해본다는 생각”이라며 “시행차고가 발견되면 보완해 개막을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이날 ‘앰프 응원’에 대해 황선홍 대전 감독은 “경기 중 지시할 때도 소리가 계속 나와 산만한 느낌도 있었다”는 피드백을 내놓기도 했다.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수원과 공식 개막전을 치르는 전북은 팬들의 함성을 대신할 응원 메시지를 받아 전주월드컵 경기장 관중석에 배치하기로 했다. 오는 6일까지 구단에 우편을 통해 도착한 응원 현수막이나 피켓을 관중석에 대신 걸어준다는 게 구단 설명이다.
이는 지난달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 서포터들이 팬들의 실물 크기 입간판을 제작해 응원석에 걸어놓은 아이디어와 흡사하다. 전북 관계자는 “이 밖에도 경기장의 허전함을 채우기 위한 추가 계획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프로야구 구단들도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외야석 2개 구역 500석을 ‘팬 사랑 유니폼’으로 채울 예정이다. 팬들이 공식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유니폼을 구입한 뒤 원하는 이름과 응원 메시지를 지정하면 이 메시지가 유니폼과 함께 외야석에 진열된다. 물론, 행사 후 유니폼은 구입한 팬들에게 다시 전달된다.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은 부산 지역 결식 아동들에게 전달된다. 선수들의 사인도 받을 수 있다. 롯데 유니폼을 구매하면 추첨을 통해 원하는 선수의 사인을 유니폼에 담아 받는 방식이다.
KIA타이거즈도 ‘온라인 응원’으로 팬들과 함께 잔칫날을 맞는다. 팬들이 TV나 모바일 중계로 집관(집에서 관람)하며 찍은 사진이나 응원 문구를 챔피언스필드 전광판에 실시간으로 소개한다. 팬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찍은 뒤 KIA타이거즈 카카오톡 계정에 보내면 된다.
NC다이노스도 팬 사진이 들어간 사람 모양 크기의 입간판으로 관중석을 채운다. 개막전에 참여할 수 없는 팬들이 자신의 사진과 응원 문구를 붙인 ‘아바타’를 야구장에 대신 들여보내는 것이다. 물론 이 입간판은 해당 팀과의 3연전이 끝나면 팬 본인들에게 전달된다. 또 선수들에게 전하고 싶은 응원 메시지 영상은 이닝 교대 때마다 전광판을 통해 송출된다.
특히 KIA와 NC는 팬들이 “플레이 볼”이라고 외치는 영상을 모아 개막 선언 영상에 활용할 예정이다. NC 관계자는 “비록 야구장에서 함께할 순 없지만 팬과 함께 시즌을 시작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라고 설명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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