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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황금 연휴’, 20대는 코로나19시대 첫 긴 휴일 어떻게 보낼까

입력
2020.04.30 11:00
수정
2020.04.30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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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What]혼캉스·테니스엠티·보복쇼핑·뜻밖의효도

한국인은 ‘자가 격리의 민족’이라고들 합니다. 단군 신화의 웅녀가 동굴에서 마늘만 먹고 버텨 사람이 된 것을 두고 하는 말인데요. 그러나 아무리 ‘자가 격리의 역사’가 있다 한들 모처럼 찾아온 황금 연휴까지 허투루 보내고 싶진 않겠죠. 정부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눈에 띄게 줄자 수목원, 체육 시설 등 야외 활동에 대한 규제를 제한적으로 완화했습니다.

그 동안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며 각자의 ‘동굴’에서 묵묵히 견뎌온 사람들. 단비 같은 연휴를 알차게 보낼 방법은 없을까요. 특히 몸이 가장 근질거릴 20대 네 명에게 황금 연휴 계획을 물었습니다.

“쾌적한 호텔 방에서 혼캉스를 즐길 거에요”

코로나19로 혼자서 호캉스(호텔로 떠나는 바캉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로 혼자서 호캉스(호텔로 떠나는 바캉스)를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초 갓 회사에 입사한 임모(27)씨는 이번 주말을 통해 1박 2일 ‘혼캉스(혼자 즐기는 호캉스)’를 떠납니다. 원래대로라면 친구 4명과 제주도로 여행을 갈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모든 계획을 취소하고 각자의 시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임씨의 경우 호텔에서 혼자 휴식을 취하기로 했는데요. 임씨도 혼캉스는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친구들과 왁자지껄하는 분위기를 좋아하는 그는 그 동안 혼캉스에 관심이 없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새로운 경험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임씨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며 맛있는 요리를 배달 시키고, 와인을 마시며 분위기 있는 영화를 볼 계획인데요. 잠 들기 전에는 향이 나는 입욕제로 여유를 즐기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목적지인 호텔을 고르는 일은 비교적 쉬웠습니다. 대대적으로 할인 행사를 진행하는 호텔이 많기 때문입니다. 임씨는 “평소 주말 기준 10~20만 원이던 객실이 현재는 7~8만 원까지 가격을 내려 선택의 폭이 넓었다”며 “멀리 여행을 가는 대신 선택하다 보니 분위기 좋은 호텔에서 묵고 싶었는데 가격도 합리적”이라며 좋았습니다.

가격 대를 정한 후에는 호텔의 방역 여부를 최우선으로 고려했는데요. 임씨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뽑은 ‘모범 방역 시설’ 목록을 참고해 그 중에서도 수영장을 폐쇄하고, 열 감지기를 설치한 신논현역 주변의 한 호텔을 골랐답니다. 임씨는 “(코로나19) 전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자가용을 운전해서 가고, 개인 손 소독제도 챙겨갈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신입 사원인 임씨는 그 동안 회사에 폐가 될까 걱정돼 개인적인 약속도 편하게 잡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두 달 만에 제대로 된 휴가 계획이 생긴 임씨는 “답답하게 지내다가 쾌적한 환경에서 휴가를 즐길 수 있게 되어 신이 난다”며 “복잡한 생각을 정리하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을 것 같아 벌써 주말이 기다려진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라켓 들고 산 속으로… 테니스 펜션으로 엠티 가요”

북경대의 한국 학생 테니스 동아리는 다음달 2일 ‘테니스 엠티’를 떠날 계획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북경대의 한국 학생 테니스 동아리는 다음달 2일 ‘테니스 엠티’를 떠날 계획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중국 북경대에 재학 중인 박모(23)씨는 자신이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인 테니스 동아리의 엠티를 준비 중입니다. 원래대로라면 3월 말에 재학생끼리 베이징 외곽의 산장으로 엠티를 다녀왔어야 하지만, 코로나19로 중국으로 돌아가지 못해 모든 활동이 전면 중단됐는데요.

서로 같은 기숙사에 사는 중국에서와는 달리 서로 멀리 떨어져 사는 한국에서는 만나지도, 함께 운동을 하지도 못해 아쉬워하던 중 한국에서 1박2일 ‘테니스 엠티’를 추진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해요. 한국에서 모이는 만큼 졸업생들도 함께 초대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평소였다면 보통 엠티처럼 게임하고 술 마시는 일정이었겠지만, 박씨는 오랫동안 테니스를 못 쳤을 부원들을 위해 테니스 토너먼트 경기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엠티를 계획하는데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은 ‘방역’이었다고 해요. 박씨는 예약 손님이 없는 테니스 펜션을 찾아 강원 춘천의 한 펜션을 예약했습니다. 펜션 내 테니스 장을 통째로 빌린 셈인데요. 부원들이 대중 교통 이용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참가 인원 25명을 6개의 ‘카풀 팀’으로 나눠 모두 승용차를 타고 갈 수 있게 조치했습니다. 공기 좋고 한적한 곳에서 오랜만에 마음을 놓고 운동을 즐겨보자는 것이 이번 엠티의 취지입니다.

부원들은 간만에 테니스를 즐길 수 있기 때문에 잔뜩 기대하고 있습니다. 박씨는 “테니스를 좋아해서 그 동안도 정말 치고 싶었는데, 가까이 있는 테니스 장이 모두 문을 닫았다”며 “테니스뿐만 아니라 모든 운동을 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토로했습니다. 황금 연휴를 통해 모일 수 있게 된 것에 대해서는 “오랜만에 선후배들도 보고 운동도 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고 전했네요.

“돈 쓸 기회 없었는데… 재난기본소득 가지고 쇼핑갑니다”

위축된 소비 행위에 보상 심리를 가지는 대중은 쇼핑에 나섭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위축된 소비 행위에 보상 심리를 가지는 대중은 쇼핑에 나섭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월급을 쓸 기회가 없었던 직장인 이모(25)씨는 연휴에 쇼핑을 즐길 계획입니다. 이씨는 2월에 출근을 시작한 이후 두 달이 넘도록 집과 직장 만을 오갔는데요. 벌써 월급을 두 번 받았지만 제대로 쓸 기회가 없어 답답했다고 합니다. 가장 먼저 사려고 하는 것은 게임기입니다. 온라인에서 구하기 힘든 항목인 탓에 그는 연휴를 맞아 대형 마트와 백화점을 돌아 다니며 발품을 팔아볼 생각인데요.

특히 코로나19로 지급된 재난지원금도 요긴하게 써 보려고 합니다. 이씨는 수원시로부터 현금 10만 원, 경기도로부터 지역 화폐 10만 원을 받았는데요. 현금 10만 원은 약 60만 원인 게임기를 사는데 보태 부담을 줄이려 합니다. 쇼핑이 끝난 후에는 집 근처 맛집에 가서 지역 화폐 10만 원을 쓰려고 해요.

그 동안 여가 시간을 즐기지 못했던 이씨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집과 직장에만 머물러 우울했다”고 그 동안의 답답함을 토로했지만, “사고 싶었던 게임기를 산다면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풀릴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이번 주말 예정된 외출에 대해서는 “이번에 나가는 김에 필요하던 물건을 많이 사려고 한다”며 “게임기를 구하는 것이 본래 목적이지만 못 구한다고 해도 이것저것 구경만 해도 즐거운 시간이 될 것 같다”고 했는데요. “코로나19가 없었다면 편하게 갔을 공간을 어렵게 가게 된 것을 보고 새삼 일상의 감사함을 느꼈다”고도 전했습니다.

“뜻밖의 효도 … 오랜만에 보고 싶던 부모님을 뵈러 갑니다”

사람들은 연휴를 맞아 귀향길에 오르곤 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사람들은 연휴를 맞아 귀향길에 오르곤 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서울에 살고 있는 취업준비생 이모(27)씨는 석 달 만에 부모님이 계시는 전남 순천에 갑니다. 1월 중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 부모님에게 전염을 시킬 수도 있다는 걱정에 그 동안 찾아가지 못했는데요. 이번 연휴를 통해 이씨는 부모님의 석류 밭일을 돕고, 가족과 다같이 집밥을 먹고, 타지에 있는 동생도 만날 예정입니다. 그 동안 전화 통화만 하다 막상 만난다니 떨리기도 합니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라고 해요.

이씨는 KTX를 타고 내려갈 예정인데요. 그는 뉴스에서 기차역을 소독하는 장면이 많이 나와 안심이 됐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소독을 한다고 하더라도 바로 옆에 모르는 사람이 앉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는 순천에 도착할 때까지 마스크를 절대 벗지 않을 생각입니다. 3월에 ‘꽃놀이 확진자’가 순천에서 나와 가족과의 외출도 최대한 자제하기로 했어요.

평소에는 한 달에 한 번, 마치 숙제를 하듯 고향 집을 찾아갔지만 이번에 내려가는 느낌은 다릅니다. 이씨는 “석 달을 내리 못 뵈니 이번만큼은 꼭 부모님을 찾아 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전화로만 안부를 묻다 보니 더 애틋해진 것 같다”라고 전했는데요. 또 “못 내려가는 동안 아버지 생신을 챙겨드리지 못하고 아쉬운 대로 선물만 택배로 보냈다”며 아쉬움을 전했습니다. 그 동안 부모님도 아들 걱정에 계속 서울로 마스크를 보내왔다고 해요. 이씨는 “가족을 볼 기회가 생겨 부모님도 나도 주말을 기다리고 있다”고 했어요.

그 동안은 새로운 곳으로 떠나는 데에 쓰였던 연휴. 이번 연휴를 맞는 사람들은 그만한 자유를 즐기지는 못하게 됐어요. 그러나 좁아진 반경을 도리어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을 걱정하고 그리워하는데 사용하는 이들도 많아졌습니다. 이들처럼, 당분간은 더욱 조심하면서도, 조용하지만 색다른 연휴를 보내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혜인 인턴기자

이태웅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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