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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차 저기 있는데, 전화 안 받아…” 현장 찾은 가족들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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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차 저기 있는데, 전화 안 받아…” 현장 찾은 가족들 오열

입력
2020.04.29 22:06
수정
2020.04.30 04:43
2면
0 0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안타까운 사연들] 

 “어느 병원에 있는 지도 확인 안 돼” 

 검게 타버린 건물 보고 눈물 쏟아 

 “동료 희생… 현장 첫날에도 안전교육 없었다” 

 시신 신원 확인까지 수주일 걸릴 수도 

[PYH2020042920510006100] <YONHAP PHOTO-4211>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부상자 이송 (이천=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29일 오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부상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2020.4.29 xanadu@yna.co.kr/2020-04-29 17:27:21/<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PYH2020042920510006100] <YONHAP PHOTO-4211> 이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부상자 이송 (이천=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29일 오후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부상자를 구급차로 옮기고 있다. 2020.4.29 xanadu@yna.co.kr/2020-04-29 17:27:21/<저작권자 ⓒ 1980-2020 ㈜연합뉴스. 무단 전재 재배포 금지.>

“저희 아들 차가 바로 근처에 주차돼 있는데 아무리 전화를 해도 전화를 안 받습니다. 제발 저희 아들 좀 찾아주세요.”

29일 오후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 현장에서 만난 조모(64)씨는 공사 현장에 투입된 아들을 찾을 수 없다면서 연신 눈물을 훔쳤다.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조씨는 혹시 사망자 명단에 아들 이름이 올라오는 건 아닌가 싶어 다리를 절며 분주히 화재 현장을 돌아다녔다. 하지만 현장에 마련된 유가족 센터에서는 “사망자 상당수가 화상으로 숨진 터라 당장 사망자 신원을 확인할 수 없다”는 대답만 들을 수 있었다.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화재 현장 주변은 오열로 가득했다. 이날 오후 7시쯤 화재 현장 바로 옆 체육관엔 유가족을 위한 거처가 마련됐다. 뒤늦게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듣고 찾아온 유가족 10여명은 비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유족은 검게 타버린 화재 현장을 보고 눈물부터 쏟아냈다.

화재 소식을 듣고 희생자 가족들이 체육관으로 속속 도착했지만 당장 신원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한 유가족은 “신원 확인도 안되고 어느 병원에 있는지도 확인이 안 돼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다”며 울먹였다.


이날 숨진 사망자들은 현장 인근 경기 이천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천병원 장례식장엔 이날 화재로 숨진 12명의 시신이 안치됐다. 하지만 장례식장에서도 유가족들이 답답하긴 마찬가지였다. 장례식장 입구엔 “사망자 신원이 바로 확인이 안 돼 당장 사망 여부를 알려줄 수 없어 죄송하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었다. 한 유족은 “시신이 너무 심하게 화상을 입어 신원 확인까지 수주가 걸린다고 안내를 받았다”며 “일단 사망자 시신이 여기로 옮겨졌다 해서 오긴 했는데 확인이 안 되니 너무 답답하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장례식장 안에 마련된 유가족 휴게소엔 20여명의 유가족이 몰려 있었는데 다들 비슷한 상황이었다.

화마를 피하지 못해 목숨을 잃은 피해자 가족들은 오열했다. 40대로 보이는 한 유족은 장례식장 유가족 대기실에 들어서자마자 "5시에 이천병원에서 전화받고 왔는데 이럴 줄 몰랐다"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한 유족은 "문신이든 틀니든 확인 가능한 방법이 있을 텐데 5시간 넘게 기다리고 있으라는 게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희생자 중엔 중국 동포도 있었다. 장례식장을 찾은 희생자 가족 A씨는 “동생이 꼭대기에서 방수작업을 했는데 어떻게 지하에서 난 불로 이런 변을 당했는지 모르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최모(58)씨도 이번 화재로 동서를 잃었다. 최씨는 “동서가 10년째 개인사업을 하다가 사업이 망하고 하청업체에서 일을 했다”며 “가장이라 건강이 안 좋아도 계속 일을 한 건데 이렇게 사고를 당해 너무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천병원 관계자는 “지금 들어오는 시신들 상태가 너무 안 좋아 남녀구분도 안 될 정도”라며 “우리도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장례식장을 찾은 숨진 동료의 직원들도 갑작스러운 사고에 말을 잇지 못했다. 업체직원 C씨는 "동료가 지하 2층에서 우레탄 단열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시신들이 다 얼굴까지 녹아 내린 상태라 전혀 확인이 안되고 있다"며 "나도 오늘 처음으로 현장에 투입됐는데 안전교육이 전혀 없었다"고 애통해했다. 일부 유족은 장례식장 관계자에게 “난 얼굴을 보면 알 수 있으니 시신을 보여 달라”며 울부짖기도 했다.

이천=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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