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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우레탄 작업 중… 지하 2층 발화 후 뿜은 유독가스에 당했다

입력
2020.04.29 19:44
수정
2020.04.30 09: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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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창고는 샌드위치 패널 등

가연성 물질 많이 써 불에 취약

이천 물류창고 층별 사망자 현황
이천 물류창고 층별 사망자 현황

29일 대규모의 인명 피해가 난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건설 현장 화재는 불에 취약한 건축자재가 화재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소방장비와 안전 설비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대형 공사 현장의 화재 취약성도 여과 없이 드러났다.

소방당국은 이날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는 일단 지하 2층에서 화물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면서 우레탄 폼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샌드위치 패널 재료로 가연성 물질인 우레탄폼 작업 중에 폭발과 함께 불이 나 삽시간에 건물전체로 번진 것으로 파악됐다. 우레탄은 주로 창고 등에 쓰이는 단열재로, 이날 현장에서도 창고 벽면 등에 주입하는 작업이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화재원인이 된 폭발은 지하의 밀폐된 공간에 쌓여 있던 기름 성분의 유증기에 불씨가 닿으면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 사고 전문가인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본보 통화에서 “공사 중에 화재가 난 경우에는 소방시설이 전무하거나 작동이 불능 상태라서 인명 피해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대형창고는 특히 샌드위치 패널, 우레탄 폼 등 가연성 물질을 많이 쓰기 때문에 불이 잘 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우레탄은 불에 잘 타 인체에 치명적인 연기와 유독성 가스를 많이 배출한다. 인명피해를 키운 결정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번 물류창고 화재처럼 지하에서 불이 시작된 경우 삽시간에 불이 번져 작업자들이 탈출하기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런 이유로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수 년전부터 법규를 통해 화재에 취약한 우레탄폼 같은 유기단열재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29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화작업 및 인명수색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29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현장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화작업 및 인명수색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불이 난 물류창고는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로 시공이 돼 불이 커진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서승현 이천소방서장도 현장 브리핑에서 연소 확산의 주 원인으로 가연성 건축자재와 스프링클러 등 소방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공사현장의 특수성을 꼽았다.

서 서장은 “우레탄은 주입하는 과정에서 성분이 서로 분해하면서 최고 200도까지 온도가 올라가고 유증기를 발생하기도 한다”며 “우레탄 작업 중 발생한 유증기가 아직 확인되지 않은 화원을 만나 폭발했을 수 있다”고 봤다.

소방당국은 화재원인 규명과 관련, 우레탄폼과 직접 관련된 작업에 집중되고 있다. 우레탄폼 작업 중 정확하게 어떤 원인에서 폭발이 일어났는지가 이번 화재 원인 규명하는데 키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화원이 용접 작업에 쓰이는 불꽃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불이 시작된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 과정에서 화기인 용접작업이 이뤄졌다는 일부 근로자의 증언이 나오고 있어서다.

불이 난 물류창고는 지난해 4월 23일 착공했으며 올해 6월 30일 완공 예정이다. 현재 공정률은 85% 가량으로 골조공사를 마무리한 뒤 내부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정확한 화재 원인은 확인해 줄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창고 지하 2층에서 우레탄 폼 작업 중에 급속한 연소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이곳에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이종구 기자 minj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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