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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킹덤’이 쏘아 올린 K좀비, 韓 콘텐츠 블루칩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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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초점] ‘킹덤’이 쏘아 올린 K좀비, 韓 콘텐츠 블루칩 될까

입력
2020.04.29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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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시즌2가 K좀비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이끈 가운데, 영화 '반도'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이 K좀비 열풍 후발주자로 나선다. 넷플릭스, NEW, 네이버웹툰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시즌2가 K좀비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이끈 가운데, 영화 '반도'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지금 우리 학교는'이 K좀비 열풍 후발주자로 나선다. 넷플릭스, NEW, 네이버웹툰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이 이른바 ‘K좀비’로 불리는 한국형 좀비 소재로 전 세계를 강타했다. 과연 K좀비는 단순한 ‘신드롬’을 넘어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사로잡을 회심의 블루칩으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까.

지난 해 공개된 첫 시즌에 이어 올해 시즌2까지 공개하며 열풍의 중심에 선 ‘킹덤’은 조선시대 뒤틀린 권력욕이 불러온 생사역이라는 재앙이 참담한 굶주림을 겪던 백성들에게 급속도로 퍼지며 생지옥으로 변하는 모습과 함께 생사역의 비밀을 파헤치며 왕권을 탐하는 조씨 일가와의 사투를 벌이는 왕세자 창의 성장기를 그렸다.

시즌2 공개와 동시에 국내외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으며 폭발적인 파급력을 발산한 ‘킹덤’의 중심에는 생사역이 있었다. ‘살지도 죽지도 않았다’는 뜻의 생사역은 서양물에서는 흔히 좀비로 표현돼 온 존재다. 생사역에게 물릴 경우 감염이 돼 마찬가지로 생사역이 된다거나, 생사역을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서는 목을 베거나 육신을 태워 없애야 한다는 등의 설정 역시 좀비와 상당히 흡사하다.

하지만 ‘킹덤’이 공개된 이후 미국의 유명 잡지 포브스는 이들을 두고 “‘킹덤2’가 ‘워킹데드’를 넘어섰다”는 평가를 했으며, 영국 주간지 옵저버는 “‘왕좌의 게임’에 실망하고 ‘워킹데드’에 질렸다면 ‘킹덤’을 보라”는 극찬을 했다. 이와 함께 ‘킹덤’ 속 생사역은 ‘K좀비’라는 새로운 소재, 아니 하나의 장르로서의 생명력을 획득했다.

K좀비가 서양의 좀비와의 차별화에 성공하며 하나의 장르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었던 힘은 단순히 ‘물고 뜯는’데 그치는 것이 아닌, 조선 당대 민초들의 처절했던 생활상을 현실적으로 반영한 독특함에 있었다. 실제로 ‘킹덤2’ 이후경 미술감독은 생사역의 경우 어두운 피부와 슬픈 눈빛을 담으려 했다는 점을 밝히며 “밤낮으로 일하지만, 그럼에도 굶는 팍팍한 민초의 모습이 우리나라 좀비라고 생각했다”는 의도를 전하기도 했다. 반면, 궁궐 안에서 발생한 역병으로 탄생한 생사역들의 경우에는 비교적 덜 까만 얼굴 등으로 디테일 한 차이를 두기도 했다.

또 일반적으로 좀비를 ‘퇴치해야 할 존재’로만 그려왔던 서양물들과 달리, K좀비의 경우 어쩔 수 없이 싸워 없애야 하지만 그들의 서사에서 오는 연민이 있다는 점 역시 차이점이다. ‘살지도 죽지도 않았다’는 생사역의 뜻과 ‘살아서도 죽어서도 팍팍하고 불운한 존재’인 민초들의 삶은 어딘가 맞닿아 있는 듯하다.

이 외에도 마치 하나의 대규모 퍼포먼스를 보는 듯 역동적인 생사역들의 움직임과, 이를 담아내는 세밀한 연출력 역시 K좀비의 차별점을 구축하는 데 힘을 실었다.

‘킹덤’이 쏘아 올린 K좀비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 속 K좀비와 손잡은 국내 콘텐츠 후발주자들이 대거 출발선에 섰다. 첫 주자는 올 여름 개봉 예정인 연상호 감독의 영화 ‘반도’다.

K좀비의 시초가 된 작품이었던 ‘부산행’을 연출했던 연 감독의 후속작인 ‘반도’는 ‘부산행’ 이후 4년이 지난 시점을 다룬다. 앞서 감각적인 연출과 기존의 틀을 깬 좀비의 구현으로 세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부산행’의 후속작에 대한 관심은 뜨겁다. 열차를 벗어나 폐허가 된 도심을 배경으로 한층 업그레이드 된 스케일과 방대해진 이야기를 예고한 ‘반도’의 예고편 공개 이후 세계가 들썩인 것이다. 쏟아지는 극찬과 기대 속 미국 매체 인디와이어는 제73회 칸영화제의 초청이 예상되는 영화 25편 가운데 유일한 한국 영화로 ‘반도’를 포함시키기도 했다.

여기에 넷플릭스 역시 또 한 번 K좀비 장르물로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에 나선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지금 우리 학교는’이 최근 제작을 확정 지은 것이다.

‘지금 우리 학교는’은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한 고등학교에 고립된 이들과 그들을 구하려는 자들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극한의 상황을 겪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앞서 연재 당시 큰 인기를 모았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만큼, 원작 팬들의 큰 기대가 모이는 가운데 영화 ‘완벽한 타인’ 이재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는 소식도 함께 전해지며 ‘킹덤’ 시리즈를 이을 또 한 편의 K좀비 수작이 탄생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세계를 뒤흔든 ‘킹덤’을 통해 K좀비를 ‘반짝’하고 사라지는 일회성 소재가 아닌 국내 콘텐츠를 대표할 수 있을 장르로 발전시킬 방향성은 이미 체득했다. 코로나19 팬데믹과 맞물려 좀비물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졌다는 상황적 특수성 역시 K좀비를 하나의 장르로 발전시키는데 있어서는 무시하기 어려운 기회다. K좀비를 앞세운 다양한 후발주자들이 콘텐츠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가운데, 이들이 세계의 마음을 훔칠 수 있었던 핵심을 간과하지 않고 우리네만의 감성과 독특함을 담은 K좀비들이 국내 콘텐츠의 ‘블루칩’으로 자리매김 해주길 바란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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