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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젠더 점수, 여전히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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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젠더 점수, 여전히 제자리”

입력
2020.04.29 17:58
수정
2020.04.29 19:3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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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ㆍn번방 이후 첫 총선이지만

페미니스트 정치 인식 그대로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가 실시된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하비에르 국제학교에 마련된 평창동 제3투표소를 찾은 시민이 비닐장갑을 낀 채 투표함에 용지를 넣고 있다. 뉴스1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가 실시된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하비에르 국제학교에 마련된 평창동 제3투표소를 찾은 시민이 비닐장갑을 낀 채 투표함에 용지를 넣고 있다. 뉴스1

페미니스트가 본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는 ‘반쪽’의 성공이었다. 젠더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에서 여성 정치인의 참여가 이전보다 활발해졌지만, 실상은 20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갈 길이 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투(#Me Too) 운동 이후 첫 총선이자 텔레그램 ‘n번방’ 성착취 사건 등 페미니스트 정치에 대한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요구 받는 상황에서 치러진 선거였지만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9일 ‘2020년 페미니스트 국회를 말하다’라는 토론회를 열고 21대 총선을 평가했다.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토론회에는 여성단체연합, 젠더정치연구소,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소속 전문가들이 패널로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에서 여성 정치인의 정치 참여가 소폭 증가한 점을 평가했다. 21대 총선 당선인 현황에 따르면 여성 당선인은 총 57명(지역구 29명ㆍ비례 28명)에 이른다. 20대 총선에 비해 6명(지역구 3명ㆍ비례 3명)이 증가했다. 하지만 ‘50대 남성’으로 대표되는 ‘아재’ 국회는 21대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총선에서 50대 당선자는 59%(177명)로 지난 국회(54%)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여성정치할당제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실질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고 봤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대표는 “정의당을 비롯해 민중당 등 소수정당들은 지역구 여성 후보 비율을 동수로 맞췄지만 여성후보 공천 30%를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거대양당이 모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젠더 의제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여성연합이 각 정당의 이번 총선 공약을 분석한 결과 젠더 문제의 핵심에서 벗어나거나 현실에 대한 낮은 인식이 여실히 드러났다. 통합당의 경우 디지털성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을 ‘신종 여성범죄’라고 규정하고 여성 1인 가구 안전과 아동 성폭력 공약만을 내놓았다. 강간죄, 가정폭력, 성착취 근절 등 젠더 폭력 관련 공약은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 민주당도 다른 당에 없는 ‘성차별ㆍ성희롱 금지와 권리 구제를 위한 법률’ 제정, 가정폭력 관련 피해자 인권을 보장하는 체포우선주의 도입 등 차별성을 보였지만,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하면서도 공약에 포함하지 않거나 비동의 간음죄 도입에 대해선 검토 의견을 내놓는 등 유보적 입장을 견지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21대 국회는 페미니스트 정치로 응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

한국여성단체연합이 29일 21대 총선 평가토론회 '2020년, 페미니스트 국회를 말하다'를 열고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했다. 유튜브 캡처
한국여성단체연합이 29일 21대 총선 평가토론회 '2020년, 페미니스트 국회를 말하다'를 열고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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