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위반해도 대주주 자격… 자금확보 숨통 KT, 전면 나설 듯
지난달 국회 본회의 문턱에서 좌초된 인터넷은행법이 우여곡절 끝에 20대 국회 막차에 가까스로 올라탔다. 자금난으로 좌초 위기에 몰린 국내 1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 정상화 속도도 한 층 빨라질 전망이다.
국회는 29일 오후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잇따라 열고 인터넷전문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결격사유를 완화하는 내용의 인터넷은행법(인터넷전문은행 설립 및 운영에 관한 특례법)과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을 가결시켰다. 찬성 163표 반대 23표, 기권 23표였다.
인터넷은행법 개정안의 핵심은 공정거래법을 위반해도 인터넷은행 대주주가 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KT는 지난해 3월 케이뱅크의 지분을 34%로 늘리겠다며 금융당국에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신청했지만, 당국은 KT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로 심사를 중단했다. 이 법안은 지난달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까지 통과했지만 이튿날 열린 본회의에서 ‘KT 특혜법’이란 이유로 다수 의원들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부결됐다. 이번에는 공정거래법상 '불공정행위'는 결격사유로 그대로 남겨놓고, 나머지 요건만 삭제하는 방향으로 개정안이 수정됐다.
법 개정이 번번이 고배를 마시는 동안 케이뱅크는 고질적인 자본금 부족에 시달리며 대출 영업 중단과 개시를 반복했다. 지난해부터는 신규 대출도 전면 중단하면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사실상 은행으로서의 제 기능을 못하게 되면서 지난해에는 1,00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결국 KT는 정면돌파 대신 자회사인 비씨카드를 전면에 내세워 케이뱅크의 자금난을 해결하는 ‘플랜B’를 꺼내 들었다. 비씨카드는 지난 17일 KT로부터 케이뱅크 지분 10%(약 2,230만주)를 먼저 매입했다. 이후 오는 6월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을 34%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대신 KT의 운신의 폭이 넓어지면서 케이뱅크 정상화에 한 층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비씨카드가 우선 산소호흡기를 달아 케이뱅크를 회생시킨 뒤, 향후 KT가 지분을 넘겨 받아 대주주에 오르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자본인 비씨카드가 최대주주가 될 경우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 금융 혁신을 주도한다는 인터넷은행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법적 근거가 마련됐으니 장기적으로는 KT가 주도권을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금확보에 애를 먹던 케이뱅크에 실탄이 마련되면서 비대면 아파트담보대출과 사업운영자금대출 등 신개념 상품은 물론,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 등에도 한층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이날 산은법 개정안 통과로 40조원 규모의 제5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표한 40조원 규모 기간산업안정기금도 설치된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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