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무기한 연기됐다.
HDC현대산업개발(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일을 변경한다고 29일 공시했다. 본래 주식 취득 예정일자(30일)를 하루 앞두고 “주식 취득의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았다”며 연기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HDC현산은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올해 4월 30일까지 주식취득을 완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가 운항 중단 등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아시아나항공 재무구조가 급속도로 악화하자 이상기류가 감지됐다.
이달 초 예정이었던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가 연기된 데 이어 이달 하순 예정된 회사채 발행 계획도 중단된 것이다. HDC현산은 당초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그 자금으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차입금 1조1,700억원 가량을 갚을 예정이었다.
HDC현산은 이날 공시에서 새로운 주식 취득일을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 구주(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의 경우 구주매매계약 제5조에서 정한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거래종결일로 합의하는 날로 변경했다.
신주(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로 발생하는 주식)는 신주인수계약 제4조에서 정한 거래종결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의 다음날 또는 당사자들이 별도로 거래종결일로 합의하는 날의 다음 날로 정했다. 주식 취득일 날짜를 특정하지 않고 유상증자 등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면 계약을 종료하겠다는 의미다.
앞서 아시아나항공도 지난 7일 예정이었던 HDC현산의 유상증자 납입일을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합의하는 날’로 정정하면서 HDC현산의 이달 아시아나항공 인수 마무리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제기돼 왔다.
항공업계 등에선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어 HDC현산 측의 고심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아시아나항공에 1조7,0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을 결정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식취득 완료일인 4월 30일을 지나게 돼 취득예정일을 계약서상의 문구로 바꾼 것일 뿐”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공업계의 경영 정상화가 단기간 내 해결되기는 어려운 상황이어서 최악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항공업계의 한 관계자는 “향후 경기전망과 HDC현산-채권단 간 인수조건 협의 과정에 따라 매각 성공 여부가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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