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주력산업 추진 방침… 반발 심한 의료계 설득 최대 관건
정부가 비대면 관련 산업 육성의 일환으로 원격의료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원격의료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무르익었다고 보고, 의료법 개정을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력산업으로 키우겠다는 청사진을 공식화한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 등의 반발로 20년 간 해묵은 논란이 이어져온 사안인 만큼 제도 도입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홍남기 “원격의료 등 비대면 규제 혁파”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경제 중대본 회의에서 “원격의료와 원격교육, 온라인 비즈니스 등 비대면 산업은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는 측면이 있다”며 “규제 혁파와 관련 산업 육성에 각별히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를 이어받아 꾸려진 첫 장관급 회의에서 원격의료 추진 의사를 사실상 공식화한 것이다.
이날 발표한 10대 산업분야 규제 혁신 방안에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을 활용한 의료기기 품목 신설, 소비자가 직접 의뢰하는 유전자 검사 범위 확대 등 의료서비스 사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개선 방안이 일부 담겼다.
앞서 문 대통령도 직접 원격의료 추진 의사를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과 28일 국무회의에서 “비대면 의료산업 등을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할 것”이라고 거듭 주문했다. 홍 부총리도 지난달 페이스북을 통해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와 의료계도 원격진료의 허용ㆍ금지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 전향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격의료 도입은 20년 넘게 논란이 지속된 사안이다. 2000년 김대중 정부 때 시범사업을 시작하며 공론화됐고, 이후 들어선 정권마다 추진 의사를 밝혔지만 의료단체 반대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정부는 특히 코로나19에 대한 성공적인 방역으로 국내 의료시스템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높아진 점을 활용해 원격의료를 ‘포스트 코로나’ 시대 주력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방침이다.
6월 출범하는 21대 국회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여당이 압승을 한 만큼 정부와 보조를 맞춰 의료법 개정 등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김용범 중대본 대변인(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과거와는 논의의 차원이 달라진 만큼 21대 국회에서는 훨씬 더 실질적이고 속도감 있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의협 반발 어떻게 넘을까
하지만 의료계 반발은 여전히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면진료 원칙을 저버리면 안전성이 떨어져 의료사고가 늘어날 수 있고, △대형병원 쏠림이 더 강화돼 동네의원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논리다. 대한의사협회(의협)은 2014년 원격의료 반대 등을 내세우며 집단 휴진까지 진행한 바 있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의사는 환자 진료 시 최선의 진료를 제공해야 한다는 직업적 책무가 있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대면 진료가 원칙”이라며 “코로나19로 입장이 변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박종혁 의협 대변인도 이날 “국민 생명이 달린 문제에 경제부처가 앞장서서 의료 산업화로 접근하려는 모습이 안타깝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다만 정부가 한시 허용한 전화상담과 처방에 동네의원 2,231곳(4월 12일 기준)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등 의협과 회원들 간의 온도차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환자ㆍ의료기관의 안전을 보장하는지, 대면진료의 효용성을 높이는지, 미래 환경에 적극 대응함으로써 국민건강증진에 도움이 되는지를 기준으로 검토돼야 한다”며 “이런 목적이 달성된다면 의료진, 의료기관과 합리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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