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ㆍ판매 증가로 제조업 선방했지만 美ㆍ유럽 코로나 타격에 수출 전망 캄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한 지난달 서비스업 생산이 역대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주요 교역국인 미국과 유럽이 본격적인 타격을 받은 이번 달부터는 제조업 부문의 충격이 가시화될 전망이어서, 코로나19가 한국 경제에 ‘시간차 공격’을 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이후 12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3월 서비스업 생산 4.4%↓... 제조업 생산은 4.6%↑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3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 대비 4.4% 감소했다. 관련 통계 작성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특히 대면 접촉이 필요한 업종에서 피해가 컸다. 숙박ㆍ음식점업 생산이 17.7% 줄었으며, 교육 서비스업과 소매업(자동차 제외)도 6.9%, 7.5%씩 감소했다. 국내외 여행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항공 여객 운송업(-68.0%), 여행사ㆍ기타 여행보조 서비스업(-51.6%), 철도 운송업(-43.9%)에서도 감소폭이 컸다.
다만 전체 3월의 전(全) 산업 생산은 전월보다 0.3% 감소해 비교적 ‘선방’했다. 광공업 생산이 4.6% 증가한 덕분이었다. 특히 제조업이 4.6% 늘어 전체 광공업 생산 증가세를 견인했으며, 그 중 자동차 생산이 45.1% 급증했다. 중국 내 자동차 부품 공장의 ‘셧다운’이 풀리면서 2월 국내 자동차 생산을 가로막았던 와이어링 하니스(배선뭉치) 수급 애로가 해결되면서 ‘기저효과’를 본 것이다.
소비 부문에서도 ‘자동차의 힘’이 확인됐다.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 역시 전월 대비 1.0% 줄었는데, 2월(-6.0%)에 비해 감소폭이 완화됐다. 지난달부터 실시된 개별소비세 인하로 승용차 소매판매가 53.4% 급증한 영향이었다. 승용차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6.1% 감소했다.
◇“4월 무역수지 적자 가능성… 제조업도 힘들다”
문제는 제조업마저도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코로나19가 뒤늦게 미국과 유럽을 덮치면서 수출 중심의 국내 제조업 피해가 가시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4월 들어서 심화되고 있는 수출 부진을 감안하면, 3월 제조업 등 광공업 생산의 개선흐름을 4월에도 이어가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달 수출과 관련해 “현재 추세대로라면 2012년 1월 이후에 99개월 만에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실제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전산업 업황BSI는 51로 전월 대비 3포인트 하락했다. 그 중 제조업 업황BSI는 4포인트 내려간 52로 집계돼 2009년 2월 이후 가장 낮았다. 특히 제조업 대기업(-6포인트)과 수출기업(-8포인트)에서 낙폭이 컸다.
반대로 지난달 바닥을 찍은 서비스업 및 내수는 이달 들어 점차 회복하고 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된 것은 물론, 최근 국내 신규 확진자가 10명대로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 차관에 따르면, 3월 첫째 주 33.3%에 머물렀던 철도이용률은 이달 셋째 주 54.6%로 상승했다. 소비 감소폭 역시 3월 첫째 주 -10.3%에서 4월 셋째 주 -3.5%로 회복세를 보였다.
문제는 ‘올라오는 서비스업 및 내수’보다 ‘내려가는 제조업 및 수출’이 한국 경제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실제 향후 경기를 예측하는 지표인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 대비 0.6포인트 내려가 2008년 2월 이후 12년 1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 감소폭(-1.2포인트) 역시 2008년 12월 이후 가장 컸다.
세종=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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