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금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제주의 관문인 제주국제공항 1층 도착장에는 제주 여행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쏟아져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한산했던 공항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예전 봄철 성수기와 비슷했다. 제주도가 여행 자제를 호소하면서 혹시나 관광객들이 줄어들까 예상됐지만, 오히려 더 많은 관광객들이 제주행을 선택하고 있어 초긴장 모드에 돌입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앞서 6일 전까지만 해도 황금연휴가 시작되는 전날인 29일부터 어린이날인 5월5일까지 17만9,000여명의 내국인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날 하루에만 기존 예상치인 2만4,600명에 비해 1만여명이 더 늘어난 3만5,600명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제주 방문 관광객의 80%에 육박하는 수치다. 이 때문에 황금연휴 기간 전체 예상 관광객 역시 기존 18만명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한꺼번에 많은 관광객이 제주를 찾을 것으로 예측되면서 신종 코로나 사태로 침체에 빠졌던 관광업계는 크게 반기는 분위기이지만, 자칫 방역에 구멍이 뚫릴 경우 더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제주도 방역당국도 방역체계를 기존보다 한층 강화했지만 관광업계는 물론 도민들의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도내 한 음식점 업주는 “해외로 나가지 못한 관광객들이 대거 제주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가 크다”며 “하지만 그 많은 관광객 중에 1명이라도 잘못되면 그나마 오던 관광객도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관광객들이 마스크도 끼고 스스로 최대한 조심해 주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강원지역 역시 코로나19 감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노심초사하고 있다. 동해안 호텔과 리조트는 30일부터 5월4일까지 예약률이 95% 이상을 기록하는 등 여름철 성수기를 방불케 하고 있다. 강릉ㆍ속초시를 중심으로 자치단체들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강릉시는 영동고속고속도로 강릉 나들목(IC)과 강릉역, 시외ㆍ고속버스 터미널 등지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당부하는 대형 현수막을 걸어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최근 커피로 잘 알려진 안목해변과 월화거리 등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소독과 예찰활동을 강화했다. 연휴기간 방역요원들을 평소의 2배 이상 늘릴 계획이지만 관광지 곳곳마다 행정력이 미칠지는 미지수다. 동해안 횟집과 커피숍 등 상인들과 리조트 업계도 ‘반짝 특수’를 기대하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집단 감염이 재발될 경우 지역 ‘2차 감염 근원지’라는 오명을 쓸 수 있어서다.
속초시내 한 리조트 관계자는 “두 달 넘게 개점휴업상태가 이어지다 모처럼 예약률이 올라와 다행스러우면서도 코로나19가 완전 종식된 상황이 아니라서 걱정이 앞서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제주=김영헌 기자 tamla@hankookilbo.com
강릉=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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