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 후보 릴레이 인터뷰] <2> 정성호 의원
“야당과 대화하고, 설득하고, 타협하는 게 성과를 내는 가장 빠른 길이다.”
21대 국회 첫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정성호(경기 양주) 의원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속도감 있게 예상 못할 위기에 대처하고 일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정 의원은 “다수 의석만으로는 국회도 성과를 낼 수 없다”며 “국토위원회 간사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조정소위 위원으로, 기획재정위원장으로 야당과 진정성 있게 대화하며 많은 성과를 내 온 제가 야당 설득에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야당과 쌓아온 신뢰와 관련해 “2013년 박근혜 정부 당시 다수 여당이 기세 등등할 때 야당 원내 수석 부대표로서 각종 국정조사와 청문회 등을 관철시켰을 정도로 소통하고 신뢰가 쌓여 있다”며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기재위원장으로 일하면서도 소득주도 성장 이슈 등으로 늘 현안이 많았지만 단 한번도 파행한 적 없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간의 의정 활동 과정에서 쌓인 협상의 노하우와 신뢰를 강조한 것이다.
‘야당도 섬김의 대상’이라고 연신 강조한 정 의원은 당내에서도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을 발휘하겠다고 각오했다. 그는 “조금만 오만하거나 자만하면 국민들의 회초리와 심판이 무섭게 다가올 것”이라며 “초선 의원들을 포함해 많은 구성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사심과 계파 없이 합리적 실용주의자로서 화합을 이루겠다”고 했다.
특히 연고주의와 계파주의 등을 모두 배제하고 초ㆍ재선에게 많은 권한과 역할을 부여할 것이라는 구상을 내비쳤다. 그는 “초ㆍ재선을 포함한 각 의원이 국회에서 어떻게 역량과 실력을 발휘하느냐에 국회와 민주당의 내일이 달려있다”며 “상임위부터 초ㆍ재선을 중심으로 배치하고, 유기적 멘토링을 구축하는 등 다양한 역량 강화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류 후보로 청와대와 소통에 한계가 있지 않겠냐는 우려에 대해선 “제가 제일 소통이 잘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오직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고 개인 정치를 할 생각이 없는 제가 국민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고 긴밀하게 소통하는 원내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 의원은 무엇보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어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나가는데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그는 “일하는 국회법을 통해 국회를 상시화하고 그 바탕에서 신속하게 위기 극복을 위한 입법, 예산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이런 노력의 기반 위에서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각종 인권 침해 범죄 해결과 개혁 과제 수행을 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다음은 일문일답.
-‘180석 여당’이 갖고 있는 권한에 관심이 쏠린다. 어떤 원내사령탑이 필요하나.
“역대 어느 여당도 가져보지 못한 의석수다. 무겁고 두렵게 생각한다. 조금만 오만하거나 자만하면 국민들의 회초리와 심판이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 앞에 겸손하고 화합해야 한다. 당내 많은 초선 의원들을 포함해 구성원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섬기고 봉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른바 서번트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다.
야당도 섬김의 대상이다.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우리가 한번 돌아봤으면 좋겠다. 야당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민주당이 야당일 때 우리 도와준 적 있느냐’는 것이다. 역지사지다. 야당일 때나 여당일 때나 서로 상대당을 존중하는 자세로 진정성 있게 대화하는 가운데 성과를 내는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저는 국토위원회 간사로서나, 예결위원회 소위를 할 때나, 기재위원장을 할 때나, 늘 상대당과 진정성있게 대화하며 많은 성과를 내왔다. 그 진정성이 통할 것이라 본다.”
-유독 겸손과 화합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180석이라는 거대 여당을 만들어준 국민들의 뜻을 잘 읽어야 한다. 꼭 민주당이 잘해서라기 보다 미래통합당이 스스로 잘못해서 실패한 측면이 크다. 저쪽에 기대를 걸 수 없어 민주당에 마지막 기대를 한 상황이다. 합리적 중도층과 온건한 개혁적 보수층이 민주당에 기회를 준 것이다. 어떤 지도부와 어떤 리더가 이를 잘 경청하고 반영할 수 있겠나. 이번에 원내대표에 출마한 두 분 의원님도 훌륭하지만 제가 쌓아온 모습이 있기 때문에 더 평가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금 시점에서 민주당에 어떤 원내 지도부가 구성 되느냐도 국민들에게 보내는 중요한 신호라고 생각한다.”
-원내대표 출마를 굳힌 결정적 계기가 있다면.
“통상적이고 큰 현안이 없는 시기라면 저 같은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을 수 있다. 지금은 전대미문의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해야 할 시기다.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통합과 화합의 리더십을 지닌 원내대표가 절실하다. 향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수평선 너머에서 어떤 쓰나미가 몰려올 지 알 수 없다. 국정의 한 축인 국회가 속도감 있게 예상 못할 위기에 대처하고 일해야 한다. 결코 다수 의석만 가지고는 할 수 없다. 대화, 설득, 타협이 가장 빠른 길이다. 위기에서 빠르게 입법과 예산을 뒷받침 하는 국회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야당과 대화하고 설득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12년의 의정활동을 통해 제가 쌓은 기본적 신뢰가 그 바탕이 될 수 있다.”
-다른 후보들이 소위 ‘핵심 친문’으로 분류되는데 부담감은 없나.
“개인적으로 친문과 비문의 구분, 프레임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치적 노선을 같이 하고, 정책 방향을 함께 하는 사람이 친문이라고 한다면 우리 당의 모든 사람이 친문이다. 그런 전제라면 비문은 없다. 촛불 민심에 의해 세워진 정부가 과거의 적폐를 청산하고 개혁을 해내며, 성공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길 바라는 차원에서 모든 분의 마음이 같다. 저 역시 문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일했고, 문재인 당대표 시절에 당직을 맡아 열심히 했다. 다만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당이 수렴해서 더 적극적으로 대통령에 전달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들이 있다. 당은 경제계와 노동계, 야당의 목소리까지 듣고 당 내에 녹여서 일정한 정책적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청와대와 소통도 중요한데.
“제일 잘 소통이 잘 되는 후보가 저라고 생각한다. 저는 오직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바라며, 개인 정치를 할 생각이나 사심이 없다. 국민의 목소리를 그대로 전달하고 긴밀히 청와대와 사전에 협의해 소통할 계획이다. 누구보다 잘 소통할 자신이 있다.”
-경쟁자인 김태년, 전해철 의원과 비교할 때 본인의 장단점은.
“여러 측면에서 훌륭한 분들이다. 다만 지금 우리는 성과를 내야 한다. 혼자 힘 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민의 다른 한 부분을 대변하는 야당을 설득하는 측면에 있어서 제가 더 진정성 있는 노력을 해왔다고 본다. 야당 의원들도 저에 대한 신뢰도가 높을 것이다.”
-구체적으로 야당과의 관계를 어떻게 끌고 나갈 생각인가.
“20대 국회를 역대 최악의 국회라고 하는 데는 야당의 무한투쟁과 발목잡기에 대한 평가가 포함돼 있다. 이번 총선 결과 역시 그런 무책임한 정권타도 투쟁에 대한 심판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여당의 노력 역시 더 절실했으면 좋았을 것이라 본다. 야당에 책임을 물으려면 그에 맞는 권한도 줘야 한다. 2013년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 직후 저는 당시 야당의 원내 수석 부대표였다. 당시에는 박 전 대통령 집권 초기라서 여당이나 친박 의원들 기세가 등등할 때였다. 당시 저는 수석 부대표로 여당 원내 수석 부대표를 거의 매일 찾아가 소통했다. 거의 매일 그 방에 살다시피 했다. 그리고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국정조사, 개인정보 유출사건 국정조사, 진주의료원 사건 국정조사를 받아냈다. 가계부채 관련 청문회와 가습기 살균제 피해 문제 청문회도 성사시켰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소득주도 성장과 근로시간 단축 이슈 등으로 기재위가 무척 뜨거웠지만 기재위원장으로서 상임위를 파행시킨 적이 없다. 야당의원들의 의견까지 경청했기 때문에 그런 신뢰가 나왔다고 본다.”
-김종인 비대위 체제에 대한 합의도 어려울 정도로 야당이 어수선하다.
“미래통합당의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은 소위 3공화국 때부터 국정에 일정부분 참여한 분이다. 경륜과 함께 해박한 철학도 있다. 국가적이고 세계사적 위기에 대해 누구보다 많은 고민할 것이라고 본다. 서로 진정성 있게 설득, 협력하면 대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국회의 역할은.
“미증유의 위기다. 그 위기가 어느 정도 깊이 오래 갈지 아무도 알 수 없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는데 국회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신속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국민과 정부의 뜻을 받아 입법과 예산 시스템을 빨리 만들고 실행해야 한다. 경제 현장과 기업, 노동 등 각 분야 핵심 기간산업이 급속도로 위기에 빠져 들고 있다. 이런 침체를 막기 위한 지원을 신속하게 하는데 호흡을 맞춰야 한다.”
-우선순위로 보는 입법과제는.
“일하는 국회법을 통해 국회를 상시화 하는 게 우선이다. 위기가 계속 오고 있기 때문에 상임위도 상시로 열고 법안 심사도 제 때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최우선 과제다. 그런 시스템을 갖춘 상태에서 경제위기 극복 법안 등을 마련해나가야 한다. 비상상황인 만큼 국회 차원의 특위와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어서 별도의 입법권을 부여해 개원과 동시에 위기 대응에 나설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도 필요하다.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는 인권 침해 범죄 등을 방지하기 위해 촘촘하게 입법에 나서는 일도 중요하다. 다양한 형태의 아동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착취 범죄 등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을 신속하게 만들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 과제들 중에 아직 제대로 시작되지 못한 부분이 많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아서 국민에 봉사하는 사법권을 만드는 일,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언론개혁의 요구에 집중하는 일 등도 숙제다.”
-그 밖에 원내전략, 당의 운영 방향에 대한 고민은.
“21대 국회에서는 당내에 초선 의원이 80여명 된다. 민주당 지역구 68명, 더불어시민당 소속 비례 17명 등 모두 민주당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 분들이 어떻게 국회에서 역량을 갖추고 실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국회의 내일, 민주당의 내일이 달라진다. 최대한 역량을 발휘하실 수 있게 하는 것은 국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과 직결된다. 민주당이 개혁적 민주정부를 다시 재창출하는 일을 가능하게 하는 필요 조건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원내대표 선거에서부터 줄 세우기를 해서는 안 된다. 독립된 헌법기관이라는 인식과 자부심, 긍지, 사명감, 책임의식 위에 활동하실 수 있게 할 것이다. 원 구성에서부터 친소관계 및 계파와 무관하게 오직 전문성과 장점을 고려할 생각이다. 상임위부터 철저하게 초선 우선, 중심으로 배정할 생각이다. 다선 의원들로 하여금 유기적인 멘토링을 할 수 있게 브리핑 그룹을 운영하려 한다. 국회 운영의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고 원내 운영에 다양하게 참여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다.
동시에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청년 일자리 문제, 여성들의 유리천장을 깨는 일 등 굵직한 어젠더 특위 위원장도 초ㆍ재선 의원들에게 맡길 수 있다고 본다. 과감하게 해야 한다. 초ㆍ재선 가운데서도 전문가들이 원내에서 중심적 역할을 할 수 있게 할 생각이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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