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박병호-강백호 대표팀 1루수 계보에 관심
‘야구 천재’ 강백호(21ㆍKT)가 주전 1루수로 2020시즌 개막을 맞는다.
서울고 시절 포수와 투수, 2018년 프로 입단 후 외야수로 활약했던 강백호는 올해 팀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이강철 KT 감독의 복안에 따라 1루수 미트를 꼈다. 스프링캠프 때까지만 해도 테스트 차원에서 잠시 1루 수비를 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시즌을 준비하는 기간이 늘어나며 ‘1루수 강백호’가 정해졌다.
강백호의 도전은 한국 야구의 미래와도 맞물렸다. 강백호는 데뷔 후 2년간 확실한 공격력을 검증 받았다. 첫해 타율 0.290 29홈런 84타점으로 신인왕을 받았고, 2년차인 지난해 타율 0.336 13홈런 65타점으로 2019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방망이 실력만 볼 때는 대표팀에서 당장 주전 자리를 꿰찰 수도 있었지만 불안한 외야 수비 탓에 후보로 ‘조커’ 역할을 맡았다.
대표팀은 외야진이 포화 상태인 반면 1루수는 세대 교체가 더디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3월 발표한 도쿄올림픽 사전 등록 명단에 포함된 1루수는 이대호(38ㆍ롯데) 박병호(35ㆍ키움) 김태균(38ㆍ한화) 오재일(34ㆍ두산) 김주찬(39ㆍKIA) 그리고 메이저리거 최지만(29ㆍ탬파베이) 6명이다. 최지만을 제외하면 모두 30대 중후반 베테랑이다.
‘국민 타자’ 이승엽이 은퇴한 뒤 주요 국제대회 주전 1루수는 줄곧 이대호 박병호의 몫이었다. 지난 시즌 홈런왕 박병호의 파워는 여전하지만 언제까지 그에게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김경문 대표팀 감독도 2019년 프리미어12 대회를 준우승으로 마친 뒤 ‘포스트 박병호’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유력한 대안은 최지만이지만 올림픽에 현역 빅리거가 출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강철 감독은 1차적으로 무게감 있는 1루수 부재를 해결하고자 강백호의 포지션 변경을 택하면서 한국 야구의 앞날까지 내다봤다. 이 감독은 “(강)백호가 1루수를 보면 대표팀에도 좋은 일”이라며 “외야에는 젊은 선수가 많지만 내야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팀과 선수 개인을 위한 사령탑의 설득에 강백호도 고개를 끄덕였다. 1루수를 준비하는 시간이 짧은 만큼 그는 땀을 두 배로 흘리고 있다. 29일 SK와 인천 원정 연습경기에서 왼손 통증 때문에 결장했지만 경기 전 수비 훈련은 소화했다.
박정환 KT 수비코치는 “1루 수비를 하려고 일찍 훈련에 나와 연습하는 열정을 보인다”며 “야구 센스가 있어 포지션 변경에 따른 부담감이 없고, 타구를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칭찬했다. 박 코치는 또한 “청백전보다 팀간 연습경기 때 수비가 더 좋다”며 “아직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게 미흡하지만 적응력이 빨라 경험을 쌓으면 앞으로 더 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지섭 기자 on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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