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에서 6개월 넘게 팔리지 않아 재고 처리가 된 면세 물품을 백화점 등에서 살 수 있게 됐다. 면세품이 일반 유통망에서 팔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세청은 29일 면세업 재고를 수입통관한 뒤 백화점이나 아웃렛 등 국내 다른 유통망에서 판매할 수 잇도록 한시적으로 허용한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매출이 폭락해 재고가 쌓이고 있는 면세점들의 숨통을 틔어 주기 위한 조치다.
면세점은 외국인 관광객과 출국하는 내국인에게 물품을 외국으로 반출하는 조건으로 관세나 부가가치세 등을 면제해 판매하는 특례 구역이다. 이 때문에 관세청은 면세점 재고물품 처리를 엄격히 제한해 폐기하거나 공급업자에게 반품하는 것만 허용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입출국 여행객 수가 전년 대비 93%나 감소한 영향으로 면세점 수요가 급감했다. 면세 업계에서도 면세 물품에 일정 수준의 세금을 납부한 뒤 국내에서 팔 수 있게 해달라는 건의를 했다.
관세청 적극행정위원회는 이 건의를 받아들여 6개월 이상 장기 재고에 한해 면세물품의 국내 유통을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재고 면세품을 국내에서 판매하려면 일반 수입 물품과 동일하게 수입신고를 한 뒤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다만 가격이 어느 정도에서 책정될 지는 미지수다. 화장품 등 고가의 명품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장기간 팔리지 않은 재고품이라 감각상각률을 두고 유통업체들과 시각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관세청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에 재고 면세품의 국내 유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려면 면세업계의 신속한 후속조치와 유통업계, 공급자의 협조가 필요하다”며 “면세점이 과다 보유한 장기 재고 20%를 소진할 경우 1,60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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