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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면세점 1분기 매출 25~40% ‘뚝’… 신라는 668억 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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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면세점 1분기 매출 25~40% ‘뚝’… 신라는 668억 적자

입력
2020.04.30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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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인천국제공항 내부. 면세점들은 문을 열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여객 수 급감으로 텅 비어 있다. 신라면세점 제공
지난달 인천국제공항 내부. 면세점들은 문을 열었지만, 코로나19에 따른 여객 수 급감으로 텅 비어 있다. 신라면세점 제공

최근까지만 해도 면세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평가됐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20.5% 성장세로 연매출 25조원 규모의 거대 수출산업으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면세사업권을 따내기 위한 대기업들의 경쟁도 치열했다. 그랬던 면세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 각국의 여행 금지 조치가 직격탄으로 날아오면서 고공행진을 이어왔던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30%가 깎여 나간 1분기 성적표를 받아 든 면세점들은 “진짜 타격은 4월 이후”라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9일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면세점들의 지난달 매출이 전년 같은 달의 54%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 면세점들 3월 매출은 86.5%나 급감했다. 한국인 입국을 제한하는 나라가 180여개에 달한데다, 우리나라 역시 외국인 입국규제를 강화하면서다.

최근 공시된 호텔신라 면세사업 부문 1분기 실적은 매출액 9,4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7% 하락했고, 영업이익은 -668억원으로 적자 전환됐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분기 영업손실 기록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고 말했다. 결국 신라면세점은 내달부터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다른 면세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롯데면세점은 30~40%, 신세계면세점은 약 25%의 올해 1분기 매출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나마 1분기 실적은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하기 직전인 1월 매출이 반영된 지표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3월 매출은 이미 65%가 줄었다”며 “2분기엔 실적 감소 폭이 훨씬 커질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에 정부에서도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관세청은 이날 6개월 이상 재고 면세품에 대해 일반 유통업체를 통해 한시적으로 팔 수 있도록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면세물품은 보세구역에서만 판매해야 하는 규제를 풀어준 것이다. 관세청에선 이번 조치로 면세점 업계의 20% 가량의 재고 소진과 더불어 총 1,600억원 상당의 유동성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하지만 총 3조원에 달하는 면세점 업계의 재고 상황을 감안하면 미미하다.

무엇보다 임대료에 대한 부담이 크다. 지난해 하루 평균 10만명이던 인천공항 출국객은 이달 들어 1,000명 수준으로 급감했다. 출국장 면세점들 4월 매출은 작년 일평균 대비 98% 폭락한 것으로 추산된다. 한 대기업 면세점 관계자는 “요즘 인천공항 하루 평균 매출이 1억원도 안 된다”며 “월 임대료가 200억원 이상인 걸 감안하면 매출의 6~7배에 달하는 금액을 임대료로 내야 한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 정부에선 인천공항 내 면세점들의 3~8월 임대료를 20% 감면해주기로 했다. 문제는 인천공항공사에서 이를 감면 받는 대신 내년 할인을 포기하라는 조건까지 내걸었다는 데 있다. 인천공항 면세점들은 직전 년도 여객 수 증감에 따라 월 임대료를 9% 선에서 더 내거나 덜 내는 식으로 조정해왔다. 올해는 국제선 여객이 급감했으니 내년엔 임대료를 감면 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인천공항 측에선 올해 이미 적용된 감면을 이유로 내년 임대료 산정 시 이를 반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결과적으로 내년과 내후년에도 영업을 이어가야 할 면세점 업계에 실질적으로 돌아올 감면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셈이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2분기 적자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데, 국가 지원책이 비현실적이다”며 “일부 업체는 인천공항 철수까지 염두에 두고 계약 해지에 대한 법적 자문을 구하고 있다는 얘기가 업계에서 공공연하다”고 전했다.

지난달 말 이용객이 급감한 김포공항 내 롯데면세점 매장에 셔터가 내려져 있다. 롯데면세점 제공
지난달 말 이용객이 급감한 김포공항 내 롯데면세점 매장에 셔터가 내려져 있다. 롯데면세점 제공

지방 공항 면세점은 더 심각하다. 국토교통부가 국제선을 지난 6일부터 인천공항으로 일원화시키면서 사실상 ‘셧다운(일시 가동 중지)’ 상태인데 임대료엔 변함이 없다. 김포와 김해공항 매장을 닫았는데도 이 달치 임대료를 각각 27억원, 38억원 내야 하는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주인이 가게 문 열지 말라 하면서 자릿세는 받겠다고 하는 게 아니냐”며 볼멘소리를 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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