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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하는 날이라 노동절 아닌가요” 근로자의 날 근무한다면

입력
2020.05.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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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시콜콜How]빨간 날은 아니지만 ‘유급 휴일’로 인정 

 수당ㆍ대체휴무 챙기세요…위반 사업주 징역ㆍ벌금 형 가능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노동하는 날이라 노동절 아니야?”

해 마다 5월 1일 근로자의 날(노동절)이 돌아오면 이런 웃픈 농담이 들리곤 하는데요. 이른바 ‘빨간 날’은 아니지만 직장인에게는 소중한 휴일이죠. 왜 근로자의 날에 쉬기도 하고, 일하기도 하고 저마다 다른 걸까요? 혹시 근로자의 날에 평소와 다름없이 그저 일만 하고 있지는 않나요? 열심히 일한 당신, 챙겨라! 오늘은 근로자의 날에 대해 근로자가 알아야 할 것들을 정리해보려 합니다.

 빨간 날은 아니지만 법정휴일? 그게 뭔데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일요일, 현충일, 성탄절 등 빨간 날은 대통령령인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으로 보장하는 ‘법정 공휴일’입니다. 반면 근로자의 날은 근로기준법에 의해 보장되는 ‘법정 휴일’인데요. 토요일과 같은 주휴일로 취급되죠.

이 때문에 달력에 빨간 날로 표시되지는 않지만 ‘근로자’라면 유급 휴일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근무 여부는 사업주의 재량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만약 근로자의 날 일한다면 수당이나 휴무가 추가로 주어집니다.

 근로자가 누군데? 누구누구 쉴까 

 

여기서 근로자란 근로기준법 대상인 5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을 가리킵니다. 공무원은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않죠. 그래서 근로자의 날 전국 관공서는 정상운영 되곤 하는데요. 다만 2017년 서울시가 전국 최초로 소속 공무원들에게 근로자의 날 특별휴가를 줬고, 이후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개별 조례를 지정해 쉬는 곳이 늘어났어요. 근로자의 날 관공서를 찾을 일이 있다면 먼저 휴무인지를 확인해보는 게 좋겠죠?

초ㆍ중ㆍ고등 학교, 국공립 유치원도 이날 정상 운영을 하는데요. 교사는 교육공무원법, 사립학교법 등의 적용을 받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집 교사는 근로자로 분류돼 원칙적으로는 쉽니다.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기관들도 문을 열지 않는데, 이 때문에 주식ㆍ채권시장도 휴장합니다. 다만 은행의 경우 일부 법원ㆍ검찰청ㆍ시청 등 관공서 내부에 있거나 공항ㆍ역사 등에 있는 특수 영업점은 정상 운영을 하기도 하죠.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등 큰 병원들은 공공성 때문에 주로 정상 진료를 합니다. 다만 개인병원과 약국 등은 자영업자로 분류돼 재량에 따라 문을 열 수도 안 열 수도 있고요.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 노동자로 분류되는 업종도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정상 근무를 합니다. 본래 우체국도 정상 운영을 해왔는데요. 올해는 우정사업본부가 처음으로 ‘집배원 휴무’ 지침을 확정했죠. 이에 창구 업무는 정상 운영하지만 일반ㆍ특수 우편물의 수집 및 배송 업무는 중단될 예정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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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로자의 날에 근로한다고? 얼마면 돼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근로 의욕을 향상시키자는 취지에서 각국 노동자의 연대로 제정된 근로자의 날. 하지만 우리의 노동여건 현 주소는 아직 갈 길이 먼 듯 한데요.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바로면접 알바앱 알바콜이 직장인 1,0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해 27일 발표한 결과, 직장인 4명 중 1명은 근로자의 날에 출근을 한다고 답했습니다.

문제는 근로자의 날 출근에 대한 보상이 이뤄지는 경우가 절반도 안 된다는 건데요. 무려 49.8%가 ‘아무런 보상이 없다’고 밝혔죠. 법정휴일인 근로자의 날에는 5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에 ‘유급휴일’이 적용됩니다. 이날 근무를 하게 하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죠. 다만 근로자의 날 근무한 경우는 수당을 추가 지급하거나 대체휴무를 주도록 돼있으니 잘 살펴봐야 합니다. 아르바이트, 계약직이어도 마찬가지라고 하네요.

근로자의 날 근무로 시급ㆍ일급제 근로자는 통상임금의 2.5배를 받게 되는데요. 유급휴일수당 100%에 휴일근로수당100%, 휴일가산수당 50%를 적용합니다. 월급ㆍ연봉제 근로자의 경우 휴일근로수당 100%에 휴일가산수당 50%를 더해 통상임금의 1.5배를 받게 되죠. 월급ㆍ연봉제 근로자의 유급휴일수당은 이미 월 급여에 포함돼 있고요.

대한민국 정부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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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용직 노동자의 경우 원칙적으로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데요. 일정기간 지속해서 반복적으로 근로 계약을 해왔던 일용직 노동자라면 근로자의 날에 유급휴일이 주어집니다. 5명 미만의 사업장도 유급휴일수당은 100%는 제공되는데요, 다만 휴일근로 가산수당을 지급할 의무는 없어 시급ㆍ일급제 근로자의 경우 통상임금의 200%를 받게 됩니다.

수당 대신 대체휴무로 보상을 할 수도 있는데요. 평균 근로시간의 1.5배에 해당하는 시간을 휴가로 제공해야 합니다. 1일 8시간을 일하는 근로자라면 12시간의 보상휴가가 생기는 것이죠. 이를 지키지 않은 사업주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 지킬 것은 지키면서 함께 행복한 근로자의 날이 되길 바라봅니다.

 ☞여기서 잠깐 ‘노동절? 근로자의 날?’ 

근로자의 날은 어디서 왔을까요? 1886년 미국 노동자들이 하루 8시간 노동을 쟁취하기 위해 총파업을 전개한 날을 기념해 제정한 것이 바로 ‘노동절(May Day 또는 Labor Day)’인데요. 한국은 1923년 5월 1일 조선노동총연맹을 중심으로 2,000여명의 노동자가 모여 △노동시간 단축 △임금 인상 △실업 방지 등을 주장하면서 최초의 노동절 기념행사를 벌였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1958년부터는 한국노총의 전신 대한노동조합총연맹의 설립일인 3월 10일을 노동절로 정해 행사를 해오다, 1963년 노동조합법 등 관계 법령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근로자의 날’로 이름을 바꾸고 유급휴일로 정해 기념해왔는데요. 이후 노동절의 의미를 왜곡했다며 노동단체들이 반발하자 정부가 이 의견을 받아들여 1994년부터 5월 1일로 바뀌었습니다.

지난해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주최 2019 세계 노동절 대회. 이한호 기자
지난해 5월 1일 노동절을 맞아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주최 2019 세계 노동절 대회. 이한호 기자

당시 노동단체들은 ‘노동절’이라는 이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요. 근로자라는 단어는 유신정권에서 고도의 경제개발을 위한 희생을 강조하면서 헌법 등에 쓰이게 됐다고 합니다. 제정 과정에서 노동자라는 단어가 갖는 계급적 함의를 의식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근로자와 노동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사전적으로 근로자(勤勞者)는 ‘부지런할 근’, ‘일할 로’, ‘놈 자’로 구성돼있죠.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시키는 대로 충실히 노동력을 제공한다는 종속적인 측면을 강조한 자본가 입장의 단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반해 노동자(勞動者)는 ‘일할 노’, ‘움직일 동’, ‘놈 자’를 쓰는데요. ‘움직여 일하는 사람’으로 자본가와 평등한 위치에서 계약을 맺는, 보다 주체적인 의미를 담고 있죠. 한마디로 하면 근로자는 고용된 사람, 노동자는 일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노동 3권을 갖는 수평적 관계를 상징하는 단어 ‘노동자’를 사용하고, 근로자의 날 명칭을 ‘노동절’로 바꾸자는 주장이 지금까지도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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