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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한국판 뉴딜

입력
2020.04.29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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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주한미대사관 홈페이지 캡처

1933년 3월 백악관에 입성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직면한 미국 경제 상황은 최악이었다. 1929년 증시 폭락으로 시작된 대공황으로 3%대였던 실업률이 25%까지 치솟았고, 국민총생산(GNP)은 절반으로 줄었다. 1933년 국민총소득(GNI)은 1922년 수준으로 후퇴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경제 소생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을 실행했지만 서둘러 마련한 정책들은 효과를 확신할 수도 없었고, 정책 간 일관성도 찾기 힘들었다. 그래도 후세는 이 모든 정책을 뭉뚱그려 ‘뉴딜’이라고 부른다.

□ ‘뉴딜’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선 기간 내세운 구호로 전임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스퀘어 딜(공평한 분배 정책)’과 우드로 윌슨 대통령의 ‘뉴 프리덤(신 자유 정책)’을 합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작명부터 이념 지향이 혼재된 것이다. 세부 정책들도 실패가 많다. 뉴딜을 상징하는 ‘테네시강 유역 개발’은 대세를 바꾸기엔 규모나 효과가 너무 작았다. 노동자 보호를 위한 ‘산업부흥법’은 독점 기업과 그 노동조합에 혜택이 돌아갔고, 농민 보호 목적의 ‘농업조정법’은 농축산물 가격을 높여 도시 소비자들의 살림을 더 어렵게 했다.

□ 그럼에도 뉴딜이 성공한 경제 정책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대공황 극복에는 뉴딜보다 2차대전 발발에 따른 ‘전쟁 특수’가 더 큰 몫을 차지한다. 하지만 당시까지 대부분 경제학자가 금과옥조로 여기던 금본위제를 중단하는 과감함, 초기 균형예산 중시 정책을 접고 적자재정 정책으로 전환한 유연함, 후세에 영향을 미친 사회안전망 확대, 독점 방지, 누진 소득세 도입, 금융 규제 등의 업적을 부인하는 이는 거의 없다.

□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 극복을 위해 ‘한국판 뉴딜’을 국가 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제ㆍ산업구조 디지털화와 대형 국책 사업 속도 높이기 등이 골자일 텐데, 코로나19를 계기로 주목받는 언택트 산업 확대를 구체적으로 지목한 게 눈에 띈다. 특히 취임 직후부터 추진하다 의사들의 반대로 좌절된 ‘비대면 의료서비스’가 핵심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 오랜 숙제만 해결해도 ‘한국판 뉴딜’은 성공작이 될 수 있다. 물론 성패는 대국민 설득에 달려 있다. 원조 뉴딜의 성공도 취임 직후부터 30차례 진행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라디오 연설 ‘노변담화’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정영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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