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의사생활’ ‘이태원 클라쓰’ ‘멜로가 체질’….
최근 음원 차트는 마치 인기 드라마 순위를 방불케 한다. 주요 음원 업체의 스트리밍ㆍ다운로드 횟수 등을 종합해 집계하는 가온차트의 디지털차트 상위권은 온통 OST 세상이다. 3월 셋째주(15~21일)부터 4월 19~25일 차트까지 드라마 OST 수록곡이 6주 연속 톱10 중 절반 이상을 채웠다.
차트 정상도 사실상 드라마 OST의 독무대다. 최근 6주 가운데 단 1주만 빼고 매주 드라마 OST가 정상을 차지했다. JTBC ‘이태원클라쓰’ OST인 가호의 ‘시작’이 3주간, 배우 조정석이 자신이 출연한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부른 ‘아로하’가 2주간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차트 정상에 올랐던 곡이 또 다시 차트 상위권에 오르는 진풍경도 펼쳐졌다. JTBC ‘멜로가 체질’ 삽입곡인 장범준의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네 샴푸향이 느껴진 거야’는 지난해 가을 가온 디지털차트 정상을 차지한 뒤 10위 밖으로 밀려났다가 다시 상승세를 타더니 이달 초 3위까지 오르는 ‘역주행’을 연출했다.
가온 디지털차트 상위 400곡 중 OST가 차지하는 비율은 1월 12.9%에서 3월 18.2%로 크게 뛰었다. 드라마 ‘도깨비’ OST가 높은 인기를 모았던 2017년 초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유명 가수들의 신곡 발표가 크게 줄어든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정 내 TV 시청이 크게 늘어난 영향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시청률조사회사 TNMS에 따르면 26일 일요일 TV 시청시간은 가구 평균 643분으로 지난해 비슷한 시기 일요일인 4월 28일의 565분보다 78분 많다.
반면 음원시장은 크게 위축됐다. 가온 디지털 차트 상위 400곡 기준 3월 다운로드 음원 이용량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0% 감소했고 스트리밍 이용량은 19% 줄었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차트 상위권에서 드라마 OST 점유율이 요즘처럼 높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음원 매출을 견인할 만한 신곡들이 나오지 않아 가요계의 유속이 느려진 가운데 드라마 OST 수록곡들이 장기간 상위권에서 부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요계가 기지개를 켜면서 5월부터는 적잖은 변화가 예상된다. 신곡 발표를 미뤄왔던 스타 가수들이 속속 무대 복귀에 나서고 있어서다. 아이돌 그룹 갓세븐, 에이프릴, 에이핑크, 오마이걸, NCT DREAM이 지난 열흘 사이에 잇달아 새 앨범을 발표했고, 몬스터엑스, 아스트로, 뉴이스트 등도 활동 재개 소식을 알렸다. 아이유, 성시경, 폴킴, 핫펠트, 태연, 볼빨간사춘기 등 인기 발라드 가수와 싱어송라이터들도 속속 신곡을 내고 활동을 시작한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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